2012. 07. 18 신귀영 기자 "오페라하우스 건립 원점서 재검토해야"
- 市 용역 의문·독단적 추진 비판
- 市 "전문가·시민 의견 수렴 건립"
17일 오후 부산 YMCA 소강당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문화계 인사들이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17일 오후 2시 부산YMCA 소강당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부산시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기정사실화했지만, 이 공연장을 어떻게 관리하며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관해서는 비전도 고민도 없다"며 "극소수 오페라 관객을 위해 건립비 3037억 원을 들여, 그리고 한 해 최소 4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오페라 하우스를 짓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에는 시 주도로 대형 공연 시설이 속속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으로, 실제 공급은 수요를 초과했다. 오히려 콘텐츠가 없어 쩔쩔 맨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랜드마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젊은 문화예술인을 지원해 그들이 더는 부산을 등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승욱 '안녕 광안리' 편집장은 "최종 용역 보고서에서 언급한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130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1795회 공연을 했으며 객석점유율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지난해만 4500만 달러(540억 원)의 국가 지원을 받았다. 이 정도의 국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외 대형 공연장 사례를 볼 때 연간 운영비는 건립비의 10%안팎이라고 한다. 3037억 원을 들여 지은 오페라하우스의 연간 예산이 140억 원에 그친다는 용역 결과를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북항재개발 지구에는 야외 공연장처럼 적은 돈을 들이고도 얼마든지 활용도·주목도 높은 공연장을 만들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상화 부산예술대학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추진된 과정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롯데가 1000억 원을 내놓는다고 하니 덥석 받아들여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고 공언했고, 전문가나 시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가한 이우환 부산시 문화시설담당 계장은 "부산이 명색이 제2의 도시이며 인구가 350만 인데 오페라를 제대로 공연할 공연장이 없다"며 "단순히 개별 문화시설의 수익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경제활성화 효과, 고용창출 효과, 문화향유기회 확대, 시민의 문화적 자부심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백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건립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과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중 몇몇은 부산시의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거나, 부산시의 독단적인 추진을 비판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