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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 활성화 워크숍
“지속적·안정적 지원이 관건”
“열악한 여건 불구 나름대로 성과 보여”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본 딴 저소득층 아동 중심의 오케스트라들이 잇달아 생기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 오케스트라들이 제대로 뿌리 내리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30일 오후 을숙도문화회관에서 개최된 ‘2012 오케스트라 교육사업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토론자로 나선 송필석 을숙도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이 주장한 것이다.
이 워크숍은 이들 오케스트라들의 교육 현황을 알아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재)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주관으로 마련된 것으로 이 자리에는 이른 바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이 주로 참석했다.
지난 30일 오후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교육사업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모습.
이 자리에서 송 팀장은 무엇보다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사하구에는 부산문화재단이 관내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우리가 만드는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하단1동과 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하모니 오케스트라’, 서부와 북부 교육지원청이 다송중학교 등 산하 5개 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생오케스트라’, 사하경찰서와 (사)한국인재뱅크가 만든 ‘사하구다문화꿈나무오케스트라’ 등이 있다. 이들은 ‘엘 시스테마’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국비 지원을 받아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우리가 만드는 오케스트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예산 지원이 5월부터 12월까지만 이루어지면서 이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오케스트라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 팀장은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오케스트라가 생겼는데 실제 운영해 보면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매년 1월부터 4월까지는 재정 지원의 공백이 생기는데 언제까지 지원될 지 아무도 모른다. 지원이 끊기는 동안 단원들이 나가고, 지원이 이어지면 또 다시 단원을 뽑아 오케스트라를 급조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엘 시스테마’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연을 하지 않으면 다음 지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악순환이 계속된다. ‘엘 시스테마’는 30년 걸렸는데 우리는 너무 서둘러 성과를 보고 싶어 한다. 악기를 처음 잡아보는 아이들을 후다닥 교육시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장관이나 담당자가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등 국가지원시스템이 지속성이나 확실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보니 장기적 비전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 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왜 꼭 오케스트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송 팀장은 “‘엘 시스테마’가 롤 모델이 되다 보니 모두 다 오케스트라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지만 왜 꼭 오케스트라여야 하는가? 오케스트라의 경우 악기도 필요하고 파트별 선생님도 필요하지만 합창단은 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꿈의 오케스트라’ 수석강사인 김정선 씨는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성공할 수 있는 전제조건에 대해서 “앞으로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재단의 효율적인 행정 및 관리, 오케스트라의 체계적인 교육 실행으로 이어지는 3박자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현장 활동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하구다문화꿈나무오케스트라’의 총단장을 맡고 있는 이학춘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원장은 발제자로 나서 프랑스 이민자 폭동과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 사건 등을 예로 들며 다문화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호주 난민청소년 및 국내 다문화청소년에 대한 음악교육의 효과를 대안으로 소개했다.
이 원장은 “사회성 분야와 자아존중감 분야, 학교 및 가정생활 분야로 나누어 설문 조사를 했는데 참여자의 인성변화에서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참가자 본인의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태도 변화는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 사회를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 등 모든 분야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부산시교육청 임대용 장학관은 시교육청 지원으로 진행된 녹명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성과를 언급하며 “3개월 만에 보여준 성과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은 모습에 감동을 넘어 충격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을 참관한 음악평론가 김창욱 씨는 “행사가 너무 성과 위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음악의 긍정적인 면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어 오케스트라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는 전략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은데 방향이 조금 빗나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진창섭 기자(jpilch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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