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비 오는 날

浩溪 金昌旭 2013. 5. 19. 11:09

어제는 5·18

거리에 넘치던 분노의 물결

오늘, 뜨거운 대지를 비가 적신다.

2013. 5. 19 들풀처럼.

 

김광석이 노래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목경 작사·작곡)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을 모두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내가 스쳐온 모든 것을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를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 신경림, '집으로 가는 길', 『뿔』(창작과 비평사, 20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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