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서 이불 개고 청소한 후 제때 밥 먹고 학교 가면 그것이 유쾌한 일상적 삶이 아니겠는가? 오늘 문득, 물메기같은 둘째가 상장 하나를 가져왔다. 제 나름 자랑질 하고 싶었나 보다. 함께 봉해진 봉투 안에는 5천원 짜리 도서상품권 한 장이 떡 하니 담겨 있다. 매칭펀드! 봉투 속에 1천원 짜리 다섯 장을 넣어주었다. 왜? 애비니까!
오래 전에 읽었던 기형도의 시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반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중략>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위험한 가계」, 『잎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2009), 87-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