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어떻게 할 것인가?

浩溪 金昌旭 2014. 3. 6. 20:54

 

 

오늘 부산음악협회 임시총회에 참여했다. 기존의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를 부산음악협회 중심의 '사단법인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조직위원회'로 재구성하자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었다(저녁 6시 부산예술회관 공연장). 논의에 앞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014. 3. 6 들풀처럼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어떻게 할 것인가?

 

김창욱(본 협회 이사)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탄생

 

2010년에 출발한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작년에 이어 올 9월에 통산 5회를 맞게 된다. 이 음악제는 실내악은 물론, 대편성 오케스트라도 무대에 오르는 만큼 예산 규모도 크다. 부산국제음악제가 부산시와 중앙정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는데 비해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부산시와 중앙정부로부터 매칭펀드 형식으로 전액을 지원 받는다. 첫회에 3억이던 예산이 2회부터는 4-5억으로 치러졌다(올해는 4억으로 축소).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애초에 부산음악협회(회장 이승호)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 속에서 이루어졌다(처음에는 세계음악제라 명명). 2009년 3월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고, 공청회를 통해 대시민적 여론을 환기시켰다. 이어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교수가 음악감독으로 위촉되면서 2010년부터 음악제가 본격화되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2011년 음악협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이 임의단체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승호 회장이 음협 회장직(임기만료 3년)을 그만 두고, 음협 밖에서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집행위원장직을 2013년까지 맡았다(현재 위원장은 백진현 교수). 그 사이 회원들의 동의나 민주적 절차도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전개과정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3회의 걸친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4회는 개막연주회만 봄). 4-5억이나 되는 혈세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제가 여전히 이 정도의 지점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보다 음악제 집행위원회의 기획력 부재와 한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콘텐츠기획을 위한 싱크탱크는커녕 음악제를 위한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이 애당초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전체 프로그램과 운영과정에서 그대로 노출되었다. 음악제 전반에 걸친 컨셉트의 문제,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문제, 레퍼토리 구성에 대한 문제 등이 그것이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부산의’ 음악제인가?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부산에 있는’(in Busan) 음악제일 수 있고, ‘부산의’(of Busan) 음악제일 수 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부산에 있는’ 음악제라 할 때 그것은 단순히 부산이라는 행정구역 내에 존재하는 음악제라는 의미가 강하다. 곧 판을 벌일 수 있는 마당이 부산일 뿐 그 판의 내용이 부산과 관련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산의’ 음악제라고 할 때는 그 의미가 사뭇 달라진다. 즉 판을 벌일 수 있는 마당도 부산에 위치하지만, 그 내용도 ‘부산적’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부산 시민들이 즐길 만한 음악, 부산의 빛깔과 향기가 스민 음악, 부산의 작곡가들이 만든 음악, 부산의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대거 무대에 올려져야 비로소 ‘부산의’ 음악제에 값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1회 메인공연만 하더라도 총 연주곡 25곡 가운데 부산 작곡가에 의한 부산적 작품은 단 1곡(김국진의 현악합주곡 제2번 청사포)에 불과했고, 부산시향을 제외하고 나면 무대에 선 부산 연주가는 2명(김가영․이명진)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제2-3회 음악제 때는 그나마 지역 작곡가의 창작곡이 전혀 무대에 올라가지 않았고, 부산 연주자의 무대도 여전히 극소수에 머물고 말았다. 이는 음악제 명칭에 굳이 ‘부산’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음을 반증한다. 또한 그것은 ‘부산’ 시민이 내는 혈세를 굳이 이 음악제에 투입할 이유가 없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어떻게 할 것인가?

 

따라서 향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기획을 위한 싱크탱크의 구성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음악협회와 긴밀한 연계성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집행위원회에 음악협회 임원들이 대거 포진됨으로써 명실공히 ‘부산의’ 국제음악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음악제가 마침내 지역적 뿌리를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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