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여식이 상장을 갖고 왔다. '우수'다. 기왕이면 '최우수'가 좋지 않으랴. 그러나 생각해 보면, '최우수'나 '우수'는 겨우 한 긋발 차이다. 열등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지 않는가. 무거운 다봄이는 여전히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있다. 따봉~! 2014. 9. 15 들풀처럼.
* 각주1) 여기서 '따봉'(Tá bom)은 포르투갈어로, 'good'이라는 의미다.
상장을 받아들면, 언제나 기형도의 다음과 같은 시가 생각난다.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중략>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위험한 가계」, 『잎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2009), 87-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