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다녀왔다. 바다는 푸르고 하늘은 맑다. 통영의 붙박이요, 토박이 시인인 최정규 선생님으로부터 자작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다. 2009년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통영바다』다. 시인은 오늘날 통영 사람과 통영 바다가 직면한 위기를 때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있다.
김재용 문학평론가의 말씀처럼 시인은 "자신의 삶의 때가 묻어 있는 구석구석이 서서히 진행되는 공해와 오염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삶의 터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그러고 보면, 자본의 갈퀴가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고, 지금도 그 무소불능(無所不能)의 위력이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토건족과 모리배들의 달콤한 축배, 바야흐로 금수강산은 그들로 말미암아 중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2014. 9. 20 들풀처럼. http://www.음악풍경.com/
스캔 바이 들풀처럼.
낚시꾼들의 빤지르한 자가용이
갯가 젊은이들의 가슴속을
비집고 드나들면서부터
막걸리 소주잔은 맥주잔으로 바뀌고
갯비늘 묻어나오던 토박이 말씨는
합성세제 거품 속에 말라만 간다
고기터 손짓해 주고
객꾼들 뒤치닥거리하며
받아쥔 푼돈으로 밑자리 깔아 사는
늙은 배꾼의 속마음이야 편할 리 없건만
자식 새끼들 제 구멍 찾아나서 버리고
쌓아 놓은 돈궤짝 없다보니
배운 것이 뱃일이요
아는 것이 고기 노는 곳이라
영영 물편 일에 등질 수야 있겠는가
고기상자 풀어내려 동산만큼 쌓던 자리에
자동판매기가 설치되고 호화별장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는 통영바다를
양지녘에 곱게 핀
노오란 배추꽃이 눈여겨 보고 있다
- 최정규, 「마동 배꾼」(통영바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