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적’(通俗的)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이 말에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혹은 ‘세상에 널리 통하는’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자못 긍정적인 말이다. 그런데 통속적(!)으로 보면, ‘통속적’이라는 말이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다. ‘통속적 소설’, ‘통속적 사랑’이라고 하면, 뭔가 격이 떨어지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通俗)”(박인환, 목마와 숙녀)한 게 아니던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매우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그가 쓴 「별」은 대단히 풋풋하고 맑고 향기로웠다. 그의 희곡 「아를르 여인」은 매우 ‘통속적’이다. 프로방스 지방의 아주 작은 마을 아를르의 지주아들 프레데릭은 한 여인을 죽도록 사랑했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그녀의 과거가 불순하다는 이유로 결혼을 극렬히 반대한다. 부득이 프레데릭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연모했던 아름다운 처자 비베트와 결혼하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그녀와의 결혼식 전날 밤 프레데릭은 춤추는 아를르 여인을 보고는 일순 마음의 불길이 치솟아 오른다. 전전반측 갈등하던 그는 끝내 곡물창고의 높은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만다. 베르테르가 오버랩되는 지점이다.
도데의 희곡을 바탕한 ‘통속적’ 연극에는 총 27곡의 부수음악(연극이나 무용 등을 돋보이게 하는 주변적 음악)이 붙여졌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 음악계의 영웅 게오르그 비제(Georges Bizet 1838–1875)가 만들었다. 그 가운데 4곡을 연주회용으로 편곡한 것이 바로 ‘아를르 여인’ 모음곡(L'Arlesienne Suite)이다. 플루트의 음색과 음향이 유독 돋보이는 음악이다. 2014. 10. 10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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