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몰락경전

浩溪 金昌旭 2016. 2. 28. 13:11

 

백년어서원의 김수우 시인께서 자작시집 『몰락경전』(실천문학사, 2016)을 보내주셨다. '몰락한 경전'도 아니고, '경전의 몰락'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질적인 두 개념의 평형성은 사뭇 나를 당황케 했다. 그래서일까? 시의 해독도 쉽지 않다.


여기에는 종교적 뉘앙스를 가진 어휘가 다수 등장한다. 요가수트라·성경 등이 그렇고, 육조단경·화엄·극락전·수미산·부처·금강역사 따위가 그렇다. 종교적이지만, 불교적 색채가 한층 짙다고 해야 할까? 문득 내 눈에 띄는(내 수준에서 해독할 수 있는) 시가 없지는 않았다.


"쌀값, 병원비, 이잣돈 / 밤새 쇠기침에 시달리던 눈들, 눈들 / 새벽일 나온 애비 에미들의 필사적인 눈들, 눈들 // 태풍처럼 부릅떠도 흰밥처럼 착하기만 한 관음의 눈들"(천수천안)


삶에 "시달리던 눈들"이고 "필사적인 눈들"이지만, 그 속에 천수천안의 "관음의 눈"도 없지 않음을 보여준다. 만약 인간 속에 '관음의 눈'이 없다면, 인간은 짐승이고 세상은 정글일 뿐이겠다. 부질없이 보이는 시업(詩業)이나 예업(藝業)일지라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간 영혼의 등피(燈皮)를 닦아주는 일이 아닐까? 2016. 2. 28 들풀처럼. 


스캔 바이 들풀처럼. 소박한 표지.


스캔 바이 들풀처럼. 김수우 시인의 육필. 내 이름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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