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다 그쳤다. 산자락을 휘 둘러보니, 눈알이 다 맑아진다. 이럴 땐 「청산에 살리라」가 절로 떠오른다. 작사·작곡자는 김연준(金連俊 1914-2008)이다. 그는 생전에 『김연준 가곡 1,500곡집』을 남겼다. 또한 그는 한양대학교를 설립하고 그 학교 총장도 지냈다. 음악적 감성에 재력까지 겸비했으니, '난사람'이 따로 없다. 부산에서는 바리톤 박대용 님이 잘 부른다. 그의 애창곡이다. 2016. 7. 3 들풀처럼.
테너 박인수가 부르는 「청산에 살리라」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 째 청산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인가(人家)를 내려다 보고
쓰다 둔 편지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남방(南方)으로 가다 길을 놓치고
두어 번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산 아래에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야성(野性)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서른 번 다져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서쪽 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숨결처럼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연기가
한 가정의 고민의 양식으로 피어오르고
생목(生木)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보지 않은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 이기철, '靑山行'(민음사, 1982)
주현 형이 보내온 메시지
그래 창욱아
청산에 살아야지
나도 숲으로 가고 싶구나
네 푸르런 마음이
고맙구나
건강하게 지내라
사랑한다!!!
박주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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