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땡볕이다. 바람도 없다. 게다가 열대야다. 이런 날에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게 최고다. 얼음이나 아이스크림, 수박이나 에어컨은 물론 계곡, 해수욕장 따위가 그렇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속까지 시원한 노래는 능히 열대야도 물리칠 수 있다. 가령 '맑은 바다'를 뜻하는 나폴리 칸초네 「마레키아레」(Marecchiare)도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마레키아레」는 자코모(S. D. Giacomo)의 노랫말에 그 유명한 토스티(F. P. Tosti)가 선율을 붙였다(1885). 그는 소녀적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노래를 많이 썼다. 「기도」, 「4월」, 「최후의 노래」, 「꿈」, 「이상」 등이 그렇다. 귀때기 새파랗던 시절, 참 많이도 불렀지. 귀밑머리 희끗해도 그때의 감성은 아직 살아 있네. 아니, 살아서 꿈틀거린다네. 2016. 7. 31 들풀처럼.
마레키아레의 밤바다에 달이 떠오르면
은빛 비늘의 물고기들이 잔물결 일으키며
사랑의 즐거움에 형형색색으로 변하네
마레키아레의 달은 떠오르는데
마레키아레에는 창문이 하나 있지
거기에 나의 열정도 있다네
창가에 놓인 카네이션 짙은 향기를 풍기고
아래 잔 물결은 물가에까지 와 속삭이네
내 마음이야 거기 창문에 가 있다네
누가 별들이 빛을 발한다고 하는가
그대의 반짝이는 눈을 못 보았나 보다
두 눈의 영롱함이야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리
내 가슴에 창끝처럼 박혀 있는 눈빛이어라
캐롤라인이여 깨어나 다오
공기는 한껏 상쾌하고
특별히 고대하던 밤
가져온 이 기타가
내 노래에 맞춰 반주하리니
캐롤라인이여 어서 깨어나
달콤한 이 공기를 느껴 보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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