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에서 펴내는 『공감 그리고』 2016년 여름호(통권 제21호)가 나왔다. 별책부록도 딸려 나왔다. 표제는 『부산문화예술인의 여름나기: 나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부산문화예술인의 1인으로 쓴 「몰운대 바닷가」도 실렸다. 얼마 전 편집위원이신 동길산 시인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터다. 바야흐로 힐링의 시대다. 2016. 8. 20 들풀처럼
스캔 바이 들풀처럼.
매주 토요일 새벽이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 있다. 다대포 몰운대 자락의 바닷가, 이른바 해선대(海仙臺)라 불리는 곳이다. 물결과 파도의 기운을 받아 마침내 신선에 이를 수 있다는 곳이다. 신선은커녕, 하다못해 심신평강(心身平康)만 얻어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우리는 해가 뜨기 전에 해선대에 도착한다. 각자 0.3평의 자리를 잡는다. 진경(眞鏡) 스승을 비롯해서 온계(溫溪)·호계(浩溪)·예담(蘂潭)·호담(浩潭)·안헌(晏軒), 그리고 신입 김재욱 선생이 멤버의 전부다. 모두들 제 자리에 앉아 숨 고르기[調息]를 행한다.
따지고 보면 숨쉬기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우리는 하루에 22,000번의 숨쉬기를 한다. 집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술집에서도 한다.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잠을 자면서, 연애를 하면서도 숨을 쉰다. 요컨대 숨만 잘 쉬어도 잘 산다.
각자 제 자리를 잡고 숨쉬기를 행하면, 세상의 온갖 고민과 번뇌가 깡그리 사라진다. 평생 시금치·부추농사를 지으며 사내아이 셋을 대학까지 보낸 우리 엄마는, 작업장에 자리 잡고 앉아 채소를 다듬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편안하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제 자리가 있다는 것, 그곳에서 어떤 일에 일심으로 전념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