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밤하늘의 트럼펫

浩溪 金昌旭 2016. 12. 17. 22:07


겨울이다. 깊어가는 겨울밤이다. 박용래 시인의 「겨울밤」이 생각나는 밤이다.


잠 이루지 못한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이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한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그런 한편, 하늘을 올려다 보면 머얼리 「밤하늘의 트럼펫」(Il Silenzo) 소리도 들려오는 듯하다. 이 곡은 1965년 이탈리아 연주자 니니로쏘(Nini Rosso)가 발표해서 널리 알려졌다.


군대 기상·취침나팔로 즐겨 쓰였던 트럼펫은 금관악기 가운데 당당히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빛나고 화려한 음향으로 환희·기쁨·승리를 상징한다. 수많은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팀파니와 더불어 황금의 콤비를 이루는 악기이기도 하다. 2016. 12. 17 들풀처럼.


 

'밤하늘의 트럼펫'에 얽힌 이야기


1862년 미국 남북전쟁 때 어느 전쟁터에 밤이 내렸다. 전투도 쉬게 된 그 한밤중에 북군의 중대장 엘리콤(Ellicombe) 대위는 숲 속에서 사람의 신음소리를 듣고 적군인지도 모르는 전상병을 치료해 준다위생병들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부상병은 죽고 만다. 그는 적군인 남군의 병사였다. 애석하게도 중대장의 손에 든 랜턴이 밝힌 것은 자기 아들의 숨진 얼굴이었다.

 

음악도였던 아들은 아버지의 허락 없이 남군에 지원 입대한 것이었다떨리는 손으로 엘리콤은 아들의 군복 호주머니에서 꾸겨진 악보를 발견하게 된다. 이튿날 아침 중대장은 상관의 특별허가를 얻어 비록 적군의 신분이지만, 아들의 장례를 치른다. 중대장은 상관에게 장례식에 군악대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지만, 장례식의 주인공이 적군의 병사라는 이유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관은 중대장에게 단 한 명의 군악병만을 쓰도록 허락하였고, 앨리콤은 자기 아들의 장례식을 위해서 나팔수(Bugler) 한 사람을 선택하고그 군악병에게 아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악보를 건네주며 불어 달라고 요청했다. 숙연하게 장례를 치른 후 이 악보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진혼곡으로 뿐만 아니라 취침나팔 자장가로 남북군을 가리지 않고 매일 밤마다 연주되었다.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노비아  (0) 2016.12.31
오 거룩한 밤  (0) 2016.12.24
귀에 익은 그대 음성  (0) 2016.12.11
잊혀진 계절  (0) 2016.10.30
터키행진곡  (0) 201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