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다봄, 상 타다

浩溪 金昌旭 2016. 12. 29. 19:51


둘째 여식, 둘순이는 중딩. 오늘 상장 하나 받아왔다. 글쓰기 우수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랑 상장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난생 처음 5천원 짜리 도서상품권도 받아 왔다. 가문의 영광이다. 갸륵하고 기특하며, 눈물 겨운 일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재미 없는 세상, 무릇 이게 사는 재미 아니랴. 다봄, 따봉~!  2016. 12. 29 들풀처럼.


 ※ 각주 : 따봉(Tá bom)이란, 포르투갈어로 '좋다'는 의미임.


스캔 바이 들풀처럼.


상장을 받아들면, 언제나 기형도의 다음과 같은 시가 생각난다.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중략>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위험한 가계」, 『잎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2009), 87-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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