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덥수룩한 박명호 작가님께서 갓 나온 자작 소설집 한 권을 보내 주셨다. '어떤 우화에 대한 몇 가지 우울한 추측'(전망, 2016)이라는, 다소 아리송한 타이틀이 붙어 있다. 소설집은 아담하면서도 소담스런 사이즈다. 평소 페이스북에 연재된 '이상한 꿈' 시리즈에 묘한 흥미를 갖고 있었던 터라, 작가님의 소설에 남다른 기대감이 생겨났다.
표제작 '어떤 우화…'는 새들을 의인화한 우화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남들이 우우 몰려가는 데는 같이 가기 싫다"는 작가의 말에도 불구하고, 숲속의 모든 새들은 새로운 지도자인 뻐꾸기를 닮아갔다. 해학적이랄까, 풍자적이랄까? 상징성 짙은 소설은 시종 독자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내가 사는 오늘 이땅에, 청산유수의 입담을 가진 작가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언뜻 프로필을 들춰보니, 작가는 경북 청송이 고향이다. '청송'하면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나 보호감호소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객주'로 널리 알려진 김주영 작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청송은 입담의 고장이다.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부디 건필을 빌고자 한다. 덧붙여, 소설집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팔려 그동안의 고단한 수고로움에 다소나마 보답이 되었으면 싶다. 2017. 1. 10 들풀처럼.
스캔 바이 들풀처럼. 소설집 속지에 내 이름이 선명하다. 春山不老, 봄산에는 불로초가 많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