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한여름의 폭설

浩溪 金昌旭 2018. 7. 10. 14:16


대설주의보 大雪注意報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시인 최승호  1954년 강원도 춘천출생. 춘천교육대학 졸업1977현대시학 추천으로 데뷔. 대설주의보(1983), 고슴도치의 마을(1985), 진흙소를 타고(1987) 등의 시집을 펴냄.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이산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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