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영혼의 떨림

浩溪 金昌旭 2020. 2. 16. 09:15


일본의 설치미술가 시오타 치하루(塩田 千春)의 '영혼의 떨림' 전(展)이 지난 2월 13일(목)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창문·드레스·신발과 같이 일상적 생활용품을 소재로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사물에 새겨진 인간관계 등을 탐구해 왔다고 한다.


그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끈 작품은 붉은 색실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엮어 만든 아래의 작품이다. 작가는 '실이 엉키고 엮이며 끊어지고 풀리는 것처럼 실들은 인간 관계를 표현하듯 계속해서 내 마음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붉은 색실은 무엇보다 포근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더구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여진 색실이 복잡다기한 인간 관계를 상징한다는 말에도 공감이 갔다. 세상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회와 사회의 촘촘한 관계망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세상은 사람 인(人)자처럼 서로가 서로를 비스듬히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영혼의 떨림' 전에는 설치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도 보여주고 있었다. 강렬하면서도 섬찟한 핏빛 이미지, 불에 탄 피아노와 검은 구조물 속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전라(全裸)로 뒹굴거나 오물을 덮어쓰는 퍼포먼스 영상. 그러나 왠지 내 영혼은 떨리지 않았다. 2020. 2. 16 들풀처럼


포토 바이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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