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피를 뽑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헌혈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급기야 혈액 보유량이 3일치 아래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던 터다. 가끔 모기에게 헌혈을 강요받은 적이 있지만, 인류애의 차원에서 자발적인 헌혈은 실로 오랜만이다. 아마도 30년은 지난 듯하다. 겨우 10분 만에 400㎖의 내 선혈(鮮血)이 가득 찼다.
헌혈을 앞두고 내심 걱정이 없지 않았다. "당신의 피는 너무 혼탁합니다. 헌혈을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소. 그냥 돌아가시오!"라는 말만 듣고 황망히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오지 않을까해서였다. 그러나 웬걸! 헌혈은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끝나자마자 증서는 물론 스프라이트 1캔, CGV 영화관람권 1매, 맥도날드 불고기 햄버그 교환권 1매, 다이제 오리지널 등을 선물로 주었다. 게다가 며칠 후에는 피 검사 건강체크 결과도 집으로 날아갈 것이란다.
다시 헌혈을 하려면 2개월 이후에 가능하며, 만 69세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따금 헌혈을 통해 인류를 구원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때마침 배가 고파왔으므로 맥도날드 불고기 햄버그를 먹고 영화 한 프로 보러갈 심산이었다. 최근에 개봉된 '정직한 후보'. 재미는 없지 않았으나, 정직하게 말한다면 내 피가 조금 아까웠다. 2020. 2. 17 들풀처럼
스캔 바이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