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30일(토) 저녁 8시 35분, 명지 자택에서 아부지가 숨을 거두셨다. 향년 83세(사망진단서에는 담관암으로 추정함.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관, 즉 담관에 생긴 암). 다시 오지 못할 머나먼 길을 홀홀단신으로 떠나신 거다. 늦은 밤, 세상은 온통 고요했고 너무 고요해서 차라리 서러웠다.
그러나 아부지가 설령 천수(天壽)를 다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천복(天福)을 누렸음에 틀림이 없다. 오복 가운데 고종명(考終命), 요컨대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파도 높은 만경창파. 저 편 강기슭을 향해 떠나는 배. 뱃머리에서 펄럭이는 흰 옷자락. 바람에 흩날리는 목소리. 죽음이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다시는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아부지!
일체의 고통과 번뇌가 없는, 모든 미혹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침내 니르바나(nirvāna)에 드소서. 2020. 6. 2 들풀처럼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