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 어느 한여름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엉덩이에 종기가 생겼다. 어릴 적 그런 경우가 몇 차례 있었지만, 30년이나 훌쩍 지난 이 시점에 종기라니?
우리 사장님의 권유로 해운대의 어느 한의원을 찾았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의 권위자라 평가 받고 있는 원장의 얼굴은 줄곧 맑은 기운이 감돌았고, 윤기도 잘잘 흘렀다. 몇 가지 체크한 원장께서는 마침내 침묵을 깨고 내 체질을 판정했다. 소양인(少陽人)!
소양인은 속에 열(熱)이 많기 때문에 성질이 찬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아울러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의 리스트를 건네 주었다. 찬 음식으로는 돼지고기·오리고기 등이었고, 더운 음식은 쇠고기·닭고기 등이라 씌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종기가 난 그 시기가 마침 삼복(三伏) 때였고, 그 가운데 이복(二伏)에 걸쳐 삼계탕을 먹은 탓이었다. 삼계탕에 든 인삼도 와작와작 씹어먹고, 맛배기 인삼주도 숨돌릴 틈도 없이 들이켰으니, 어찌 뜨거운 기운의 방출을 가로막을 수 있었으랴!
맛 있으면 아무 거나 먹었으나, 이제 새삼 음식을 가려먹어야 할 시점이다. 소양인에게 좋은 음식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라 한다. 곡물류는 보리쌀이 가장 좋은데, 보리밥은 소화는 물론 대변이 순통(順通)되고 신진대사가 잘 되므로 보약이 따로 없다고 한다.
보리 외에도 피·팥·녹두·메밀 등이 좋고, 특히 녹두는 해열·해독작용을 한단다. 채소류는 배추·오이·호박·상추·가지·우엉 등이 좋고, 과실류는 수박·참외·포도·딸기가 좋단다. 또한 생선류로는 특히 해삼·굴·새우·게·복어·북어 등이 좋다고 한다.
사상의학은 이제마 선생이 주장한 학설이다. 그는 기질과 성격에 따라 인간을 태양인(太陽人)·태음인(太陰人)·소양인(少陽人)·소음인(少陰人)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에 적합한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사람은 그 체질에 따라 성격이 다르고 신체의 강하고 약한 부위도 다르기 때문에 음식이나 약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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