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목구멍

浩溪 金昌旭 2020. 9. 5. 11:50

포토 바이 들풀처럼. 고깃집 '목구멍'

 

포토 바이 들풀처럼. '목구멍'의 모토

 

우리 동네 아랫마을에 ‘목구멍’이라는 고깃집이 있다. 밤마다 손님들로 들끓는다. 나도 두어 번 들른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이 집이 내세운 모토[motto]가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숙성이고 나발이고 좋은 고기가 맛있습니다.”

 

일절 군더더기가 없다. 얼마나 간명하며, 얼마나 적확(的確)한가!

 

중요한 것은 ‘숙성’이나 ‘나발’이 아니라는 것, ‘맛’의 본질은 바로 ‘좋은 고기’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푸줏간 주인장은 종국적으로 ‘좋은 고기’로 말미암은 ‘맛’에 손님들로 하여금 신뢰를 요구한다. 게다가 스스로의 자신감과 자긍심도 넌지시 내비친다.

 

목구멍이 포도청. ‘고기는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고기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고기는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김훈, ‘밥에 대한 단상’에 대한 패로디).

 

연신 비가 내리고 있다. 고기 구워 먹기 딱 좋은 날씨다. 내일 태풍이 온다하더라도 오늘 한 접시 고기구이가 어떠리. 2020. 9. 5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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