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봄이 오면

浩溪 金昌旭 2022. 3. 2. 17:38

김동진(金東振 1913-2009)

 

1913년 3월 평안남도 안주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김동진은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찬송가 등으로 서양음악을 접하며 자랐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다니면서 D. R. 말스베리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5학년 때(편집자註=현 고등학교 2학년, 18세) 「봄이 오면」(김동환 작시, 1932)을 작곡했다. 2022. 3. 2 들풀처럼

 

소프라노 박순복 님이 노래하는 '봄이 오면'

 

“그 당시 나는 숭실중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학교 음악실에 가서 혼자 바이올린 연습을 끝내고 풍금을 치면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평소 애송하던 파인 김동환 님의 시 「봄이 오면」에서 ‘건너마을 젊은 처자’의 악상이 뇌리에 떠올랐다. 동시에 나의 손가락은 어떤 선율을 짚고 있었다.

 

나는 즉시 오선지에 그 선율을 옮기게 되었고, 그것이 끝나자 그 선율은 내가 지은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통 황홀감에 차 있었다.

 

곡이 완성된 후, 나는 한방에서 같이 지내던 장대욱(張大郁) 군에게 처음 그 노래를 배워주어 함께 불렀다. 그래서, 이 노래는 삽시간에 온 기숙사에 퍼졌으며 숭실전문학교에까지 파급되어 모르는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애창되었다.” 김동진, [자전에세이: 가고파](聖光社, 1982), 29~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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