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누가 울어

浩溪 金昌旭 2021. 3. 22. 08:45

올해는 가수 배호(裵湖 1942~1971)가 세상을 떠난지 50년이 되는 해다. 아명은 배신웅(裵信雄), 본명은 배만금(裵晩今). 그는 스물 아홉의 아주 짧은 삶을 살았지만, 「돌아가는 삼각지」·「안개 낀 장충단 공원」 등을 잇따라 힛트함으로써 6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로 떠올랐다.

 

특히 그는 당대 풍미했던 트로트를 스탠더드 팝으로 노래했다. 중후한 저음, 특유의 바이브레이션, 매력적인 고음 등은 여느 가수의 노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그의 세련된 도시적 풍모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배호는 광복군 제3지대 대위였던 아버지 배국민(1912~1955)과 어머니 김금순 사이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국 산둥성에 살다가 3살 때 해방을 맞아 귀국했다.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살던 그는 1955년 아버지가 과음에 의한 간경화로 사망하자, 부산의 이모집에 잠시 의탁해 살았다. 이 무렵 부산 삼성중학교에 다니다 2학년 때 중퇴했다.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 했던가!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아포리즘이 새삼 떠오른다. 오는 11월 7일, 그의 50주기를 맞게 되나니, 이때 그의 노래로 장식한 무대를 한 번 쯤 꾸며보면 어떨까? 2021. 3. 22 들풀처럼

 

※ 스탠더드 팝 : 1940~50년대 영미권에서 유행했던 대중음악의 한 양식

 

배호, 누가 울어(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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