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문화의 중심이 될 사하문화원이 곧 개원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오전 11시 사하구청 본관 2층 회의실에서 ‘사하문화원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마침내 발족되었고, 이로써 사하문화원 설립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문화원은 전국 234개 시·군·구에 228개(97%)가 이미 개원되었고, 부산에서는 사하문화원이 16개 구·군 가운데 끝에서 세 번째로 세워지는 셈이다.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늦게나마 사하문화의 중추가 될 문화원 설립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뒤늦은 설립이나마 다행…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성공의 관건
그러나 어떠한 기관을 막론하고, 설립 못지않게 이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사하문화원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설립만 하면 어찌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결국 ‘그렇고 그런’ 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 까닭이다.
이번 추진위의 회의 자료를 보면,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업이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데 비해서 사업 실천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정관(안)에서 보이듯 지역 고유문화의 개발·보존·전승, 향토사의 발굴·조사·연구 및 사료의 수집·보존, 지역문화행사의 개최, 문화에 관한 자료의 수집·보존 및 보급, 지역 전통문화의 국내·외 교류, 지역문화에 대한 사회교육활동, 지역 환경보존 등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문화활동, 지역문화의 창달을 위한 사업, 기타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등이 그러하다.
이들 열거된 사업들은 우선 여느 다른 문화원의 그것과 그다지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너무나 다양한 사업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그것 같다. 그래서 정작 문화원의 존재이유가 되는 핵심사업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사하문화원이 지역문화의 중추(中樞)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문화원 사업이 보다 구체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첫째 지역 전통문화자원의 발굴·수집·정리이다. 이는 기존의 여느 문화원의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알려진 사하의 역사적 인물(윤흥신 장군)이나 유·무형의 문화재, 전설·민요 등은 물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문화적 유산 또한 발굴·수집·정리하고, 이를 기록한 자료집을 묶어내는 작업이다.
둘째 지역문화의 콘텐츠 기획 및 개발이다. 이것은 앞서 지역의 전통문화자원을 콘텐츠화하는 작업으로 여느 문화원이 행하지 않은 분야이다. 여기에는 다대포·몰운대·태극도마을·을숙도·에덴공원·승학산·다대포후리소리·고니 등의 유·무형의 문화자원 콘텐츠화를 통해 구민의 지역애 및 문화향수권 신장, 나아가 지역문화의 관광상품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셋째 지역문화정책의 연구·개발·평가이다. 이 역시 여타 문화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분야이다. 이것은 사하문화 전반에 걸친 장·단기적 비전과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문화도시 사하 건설에 실제적인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각종 지역축제와 을숙도문화회관의 사업도 포괄될 수 있다.
차별화된 사업계획·현장전문가 중심 싱크탱크 구성 필요
특히 사하구의 문화예술분야에 소요되는 총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이며, 그것이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 지출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적정한 것인지 등에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예산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혈세(血稅)의 오·남용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사하문화원이 사하문화의 중추가 되려면,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계의 현장 전문가 싱크탱크 구성이 무엇보다 급선무라 생각된다.
/김창욱(kcw66@chol.com)
· 음악평론가.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동아대 동의대 부경대 강사.
· 부산음악협회 제29회 부산음악상 수상(2004).
· 저서 ‘음악의 이해’(공저),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홍난파 음악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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