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문화원이 오는 10월14일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하문화원의 역할과 과제를 모색해 보는 자리가 지난 23일 마련됐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사하구 괴정4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사하 창조도시 아카데미’가 그것으로, 사하구가 ‘창조도시 사하’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부산대학교 교육발전연구소 이병준 교수팀에 용역 의뢰해 진행 중인데 이날 7번째 특강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송은옥 한국문화원연합회 과장이 특강을 했으며, 이어 심오섭 강릉문화원 사무국장, 오재환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창욱 음악평론가, 이병준 부산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나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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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열린 사하 창조도시 아카데미 행사 모습. |
먼저 송은옥 과장은 지역문화원의 변천사와 함께 독립성, 자율성, 정체성 문제와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송 과장은 “초창기 지역문화원은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으며, 재원부족으로 소요예산의 80~90%를 기초자치단체에 의지하는 것이 많았다. 이로 인해 자율성과 독립성이 부족했으며, 결국 전문 인력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단체와의 프로그램 중복으로 차별성도 떨어지며, 참신하고 독창적인 사업개발도 미흡하다 보니 자체 발전을 위한 경영도 힘들어지게 됐다.”고 그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 과장은 이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변화를 지켜봐야한다.”고 말하면서 “현재 정부는 특색 있는 지역문화 육성과 향토문화의 명품화·국제화를 추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다문화·소외계층 등에 대한 문화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정책으로 지향하고 있다. 그런 만큼 문화적인 지역의 차이점을 고려해 특색 있는 지역의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한 지역만의 문화정책이 반영된 문화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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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연합회 송은옥 과장. |
또 지역문화재단과 문화원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 과장은 “기초자치단체에 재단과 문화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제화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오고 있다. 최초 두 기관이 들어설 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노선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지방문화원의 역량을 키워 문화원이 재단역할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방법” 이라고 조언했다.
송 과장은 또 “사하문화원은 지역문화정책 기획단계에서부터 지역전문가와 협의해서 실질적인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주민밀착형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자생적 동아리와 동네프로그램 등의 사업개발 및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하며 “역시 향토문화자원을 개발해서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며 고령층, 다문화가족, 소외계층 등 지역민을 위한 문화적인 거점과 지역문화경영을 위한 조직화하는 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문화원이라 함은 지역민들이 원하고,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봉사하는 곳이며, 주민들이 가고 싶어 하는 창조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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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선 패널들. 사진 왼쪽부터 심오섭 강릉문화원 사무국장, 김창욱 음악평론가, 오재환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이병준 부산대 교수. |
이어진 토론에서 심오섭 강릉문화원 사무국장은 “문화원의 설립은 지역의 장기적인 문화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원의 설립 후 장기적인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지만 초기에 지원을 한 행정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요구가 많아 행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문화원은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독립성이 중요하다. 또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계통의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재정과 각종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시설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사하문화원의 출발이 늦기는 했지만 구민의 ‘문화복지’를 위해 설립되는 점은 의미 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사하문화원은 마땅히 사하의 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하문화원은 다른 문화원과는 차별적으로 지역 전통문화를 발굴·연구하고 이를 문화콘텐츠로 기획하고 개발해서 관광상품화 등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재환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에 문화원은 정체성이 불분명한 지역 문화사랑방 역할 이상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기존 문화원에서도 역할 재정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모든 정책이 생활문화를 강조하는 만큼 문화원은 풀뿌리 문화를 개발하고 이것을 지역민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지자체로부터 독립된 자생적인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회원·기업 등의 후원을 받아 자율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원 운영 방향에 대해 이병준 부산대 교수는 “기존 문화원의 운영방식을 탈피해서 21세기의 사회문화적 환경변화에 주도적으로 지역문화를 창조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문화원 비전과 방향, 정책 목표, 전략 등을 설정 후 맞는 예산규모와 인력규모를 추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지역연고 보다는 역량 있는 문화원장의 영입과 전문 인력 채용과 활동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사하문화원이 필요한 과제에서 “역량있는 담당자를 채용하고, 문화원의 비전, 기본방향, 정책목표 등의 그림이 필요하며, 사하지역 내 창조거점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최금식 사하문화원 초대원장은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준 주민들께 감사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많은 것을 공부하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오늘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서 실망하지 않는 사하문화원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경훈 구청장은 “문화원과 행정기관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민이 해결된 것 같다. 사하문화원은 문화재단 역할까지도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한정된 인원으로 출발한 사하문화원이지만 구청에서도 아낌없이 지원해 지속적이고 자율성을 다지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경훈 구청장 등 관계공무원과 최금식 원장 등 문화원 관계자,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해 2시30분동안 시종 진지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