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1(22)
김영한 기자
부산국제음악제 '예술성' 빛났다
제7회 부산국제음악제 내내 명곡과 명연주가 어우러진 공연이 이어졌다. 음악제에 출연한
보로메오 스트링 콰르텟. 부산아트매니지먼트 제공
1~2월은 '클래식 음악 공연 비수기'다. 음악에 계절이나 철이 따로 있겠느냐마는 현실은 그렇다. 이런 시기에 부산 시민에게 명곡과 명연주자들을 선물하는 부산국제음악제에서 고마움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부산국제음악제는 예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관심 확대가 필요해 보였고, '국제'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발전적 형태로 나가야 하는 고민거리도 숙제로 남았다.
명품 실내악곡의 향연에
원본 악보 상영 볼거리도
다양한 변화 모색 과제로
2~9일 열린 제7회 부산국제음악제는 수준 높은 실내악의 향연을 펼쳐 보였다. 신·구 연주자의 적절한 조화로 한층 풍성한 음악제가 됐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김남윤과 고이치로 하라다, 신수정과 이경숙 같은 국내 1세대 음악인이 짧은 연습에도 대가다운 일체감 있는 연주를 선보였고, 피아니스트 김정권,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등 신진도 그들만의 연주 색깔을 뽐냈다.
음악제 내내 명곡에 명연주가 어우러진 공연이 이어졌다. 3일 '명품 협주곡의 세계' 무대에서 부산 첫 무대를 선보인 피아니스트 김정권의 연주에 호평이 쏟아졌다. 연주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합창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남성 연주자다운 힘 있는 타건에 휘몰아치다가도 순식간에 강약을 조절하는 섬세함이 어우러져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음악제에서 유일하게 합창이 가미된 연주였다.
8일 세르게이 바바얀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연주는 "놓쳤다면 정말 아까울 뻔했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곡 자체가 부산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는 데다 이미 몇 차례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 바 있는 연주자가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한명희 부산대 교수는 "페달 사용을 자제하고 건반만으로 울림을 이어간 연주로 풍성하면서 자연스러운 울림이 탁월했다. 30개의 변주곡을 음색만으로 다르게 해석하는 기량을 선보이며 다음엔 어떻게 연주할까 기대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9일 폐막연주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음악제는 절정을 이뤘다. 특히, 마지막 곡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가 돋보였다. 음악평론가 김창욱은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탄탄하게 중심을 잡고 첼리스트 피터 와일리의 기량이 더해졌으며 다른 연주자들도 훌륭했다. 명품 실내악곡을 마음껏 주무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 시간이 160분에 달하고 '왜 브람스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여기에 김정권이 베토벤 시절 복장을 그대로 갖춰 입고 연주하거나,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원본 악보를 스크린으로 상영한 일처럼 이번 음악제는 볼거리도 알찼다.
이런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부산국제음악제가 좀 더 발전적 방향을 모색할 시점에 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매년 음악제가 예술적인 면에서 평가를 받지만, 국제음악제라는 제대로 된 위상을 갖추려면 다양한 변화에 나설 필요도 있다"는 것. 지역의 한 음악인은 "굳이 '국제' 타이틀에 고집하지 말고 실내악을 전면에 내세운다거나 좀 더 특색 있는 음악제로 변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일부 음악인과 일부 개인 후원자의 역량만으로 음악제를 꾸릴 게 아니라 음악단체나 더 많은 음악인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한 조언이었다.
몇몇 개별 공연이 이어졌지만, 신년음악회를 제외하고는 공연 자체가 드물었다. 신년음악회 무대로는 창원시립교향악단과 마산시립교향악단이 지난달 19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선보인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연주가 주목받았다. 통합 창원시 출범 이후 올해부터 두 교향악단은 단원 130명의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대 연주단체로 재탄생했다. 4관 편성의 거대 오케스트라는 국내를 대표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인 정치용의 지휘로 성산아트홀 공연장이 좁게 느낄 정도로 웅장함을 뽐냈다. 하지만 완벽한 하모니를 위한 조율 기간은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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