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3 오후 12:10:58
<칼럼>
이런 후보에게 한 표를!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한때 이 땅의 수많은 아줌마들을 열광시킨 '사랑을 위하여'라는 노래의 첫 구절이다. 과연 잠언(箴言)이요 경전(經典)이다. 이 말씀은 행복이 물리적 장수(長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리적 평화에서 싹튼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요컨대 사람살이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라는 뜻이다.
물질만능·무한경쟁의 사회 속 국민 81% 현실생활에 불만족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국민의 81%가 현실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불과 19%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평균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최근 글로벌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Ipsos)가 세계 24개국 1만 9천2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지수(幸福指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전체 국민 중 64%가 생활에 만족감을 나타냈고, 인도(60%)․스웨덴(57%)․독일(48%)․캐나다(46%)․호주(44%)․영국(42%)․중국(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적은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인도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국(5천450 달러)과 인도(3천 달러)에 비해 한국(2만 달러)이 훨씬 넘어서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행복이 소득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으며, 경제성장률․GNP․GDP가 더 이상 행복을 측정하는 유일한 잣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여전히 '돈이면 장땡'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는가? 돈이 무엇이고,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이 없이 "개 같이 벌"어도 오직 돈만 많이 벌면 성공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 등수경쟁․입시경쟁․스펙경쟁․취업경쟁․서열경쟁․진급경쟁 따위의 무한경쟁을 아직도 벌이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아이는 아이대로 영어․수학학원으로 내몰리고, 부모는 부모대로 사교육비 걱정으로 늦게까지 직장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지 않는가?
그 결과 아이와 부모가 서로 따뜻한 마음을 교감할 만한 좀처럼의 틈새가 없고, 학교는 폭력과 왕따, 사회는 정신병과 자살로 얼룩지고 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국가는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마땅히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돈벌이=경쟁=성공'이라는 마법의 주술로부터 국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그 대신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이들 상호간의 협력이 오히려 풍요로운 삶을 앞당기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나아가 정신적인 삶을 더욱 확장시켜 주는 문화복지 부문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출렁이는 문화의 물결에 발을 적실 수 있게 해야 한다.
문화예술 등 정신적 삶 확장시켜주는 후보에 한 표 던질 것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머잖아 우리 동네에서도 선량(選良)이 뽑혀질 것이다. 자신만만한 후보들의 면면만큼 공약(公約) 또한 다양하다.
나는 지나치게 많은 공약을 내뱉는 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시성 토건사업에 열 올리는 후보도 찍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나는 찍을 것이다. 인문학이나 문화예술이 물․바람․햇빛․공기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후보를. 그에게 신성한 나의 한 표를 기꺼이 던질 것이다.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 ||||
사하인터넷뉴스(forsaha@korea.com) |
'문화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정당당과 표절 (0) | 2012.04.20 |
---|---|
통영국제음악제 결산 (0) | 2012.03.31 |
청산해야 할 '뽀대' 문화 (0) | 2012.03.12 |
건축,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0) | 2012.02.24 |
구멍가게가 사라졌다 (0) | 2012.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