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0 오후 5:29:48
<칼럼>
정정당당과 표절
4.11 총선이 끝났다. 선거기간, 내가 살고 있는 사하갑 지역구에서도 여러 명의 후보가 나왔다. 그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으로 나온 문대성 후보가 유난히 주목을 받았다. 일찍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아테네올림픽에서 그 유명한 돌려차기로 금메달을 땄다. 특히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은 태권도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대다수 국민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2006년에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로 임용되는가 하면, 2008년에는 IOC 선수위원으로 발탁됐다. 선수위원 후보 29명 가운데 그가 가장 많은 3천220표(총 7천216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의 선수위원 발탁은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부여됐다.
논문표절로 한순간에 사회적 승자에서 패자로 전락
35살에 불과한 젊은 그의 욕망은 브레이크 없는 벤츠와 같았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은 그는 ‘정정당당 1번 문대성’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의 첫 출발은 순조로웠고, 지지율도 타 후보를 압도했다.
그러던 와중에 복병이 생겼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의혹에 휩싸였다. 2007년 국민대 박사논문이 수개월 전에 나온 김모 씨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터였다. 그는 즉각 ‘정치공작’이라며 반발했지만,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과 SNS를 통해서 확대 재생산됐다. 그도 그럴 것이 논문제목은 물론 연구방식, 결론이 대부분 비슷한데다 문장을 통째로 옮겨 쓴 대목이 여럿 발견됐고, 심지어 6개의 오자까지 같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문도리코’, ‘Ctrl V’, ‘태권 V’와 같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그의 학위논문 표절문제는 급기야 그를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서게 했다. 문화사회연구소·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철학사상연구회 등 22개 학술단체로 구성된 학술단체협의회와 민교협 등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 등을 검토한 후 국회의원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고, 그가 교수로 재직 중인 동아대 동문회도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 후보직과 교수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대필의혹으로까지 확산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논문의 독창성을 인정받았다’거나, ‘표절이 아니다’며 항변했고, 마침내 근소한 표차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무렵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이 논문표절로 학위를 박탈당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사건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제대로 검증 않고 후보로 내세운 책임 무겁게 느껴야
그런데 오늘(20일) 그의 학위논문 표절의혹과 관련해서 학위를 준 국민대학교의 연구윤리위원회가 논문의 상당 부분이 표절된 것으로 판정했다. 결국 ‘정정당당’한 사회적 승자로 보였던 그가 표절로 말미암아 끝내 사회적 패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그의 박사학위 박탈과 더불어, 동아대 교수직, IOC 선수위원직, 국회의원직을 차례로 내놓아야 할 판국이다.
이번 사건에는 책임질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자격과 함량미달인 자를 추천한 현기환 의원과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후보로 내세운 새누리당, 그리고 마치 도둑처럼 남의 것을 훔친 자에게 막무가내로 표를 던진 지역구민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더 나은 능력과 비전을 가진 여타 예비후보들의 기회를 애당초 박탈시켰고, 이후 보궐선거가 이뤄질 경우 소요될 막대한 비용부담도 가중시켰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니, 무겁다.
/김창욱 (http://blog.daum.net/kcw6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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