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통영국제음악제 결산

浩溪 金昌旭 2012. 3. 3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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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31(22)

 

음악적 소통의 가능성, 그러나 현대음악에선 여전히 한계

[현장과 여백] 음악-10돌 통영국제음악제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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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열정적인 연주모습.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尹伊桑 1917~1995). 그를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올해로 꼭 10돌을 맞았다. 그러고 보면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와 쇤베르크의 '바르샤바의 생존자'를 들은 것도, 지휘자 프란시스 트래비스와 정명훈, 빈소년합창단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만난 것도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것은 인구 14만의 조그만 어촌동네가 마침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도시로 우뚝 서기까지 걸린 시간이기도 하다. 

 

   2012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통영 일대에서 펼쳐졌다. 이번 음악제의 주제는 '소통'(without distance).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몸짓이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고 청중에게 음악을 온전히 돌려주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공식행사가 시작되기 전 중앙중학교, 죽림초등교, 도천테마파크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165개 팀의 프린지 공연, 음악가들이 축제기간 내내 통영에 체재한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이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음악가와 음악가, 음악가와 청중 간의 직접적 소통을 위한 레지던스는 올해 처음 시도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번 음악제의 주요 공연으로는 23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개막연주, 24일 옴니부스앙상블의 '아시아의 작곡가들', 29일 통영국제음악제 앙상블이 연주한 푸러의 음악극 '파마' 공연 등이었다.

 

   '아시아의 작곡가들'에서는 윤이상, 오승아 등을 비롯해 칸다미안, 아티욤 킴, 아크라모프 등 중앙아시아 작곡가의 작품이 대거 소개되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악기와 서양악기 간의 융화는 음색의 색채감과 음향의 충만감을 한껏 자아냈다.

 

   그러나 이번 음악제의 핵심은 무엇보다 개막 및 폐막공연이었다.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지휘한 개막공연(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는 일본 작곡가 호소카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명상',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브람스의 교향곡 4번 등이 연주되었다. 호소카와의 '명상'은 일본 후쿠시마에 들이닥쳤던 대지진과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으로 타악기와 금관악기를 통해 천재(天災)에 대한 공포와 절규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특히 김선욱이 협연한 협주곡에서 피아니스트의 힘과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편 베아트 푸러의 음악극 '파마'(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는 한국 초연작으로 이번 음악제의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작곡자는 '파마'(소문의 여신)가 상징하는 소문의 본질을 공간과 소리라는 두 요소를 통해 그려내고자 했는데, 이들은 입체적 음향 효과를 통해서 보다 극대화되었다. 그것은 연주자의 위치 이동, 기악과 성악의 대칭적 구조, 현악과 관악의 음색 대비 등에 의한 것이었다. 더욱이 바이올린의 피치카토·하모닉스, 브리지나 지판 가까이에서 활을 씀으로써 얻어지는 특수 음향 효과도 즐겨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음악극은 극적 요소가 거의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악곡의 성긴 짜임새와 악기 사용의 비경제성, 긴장되고 경직된 음향의 일관성도 유독 두드러졌다. 더구나 빠른 원어(독일어)로 전달되는 내레이터의 일방적인 메시지는 애초에 의도한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을 오히려 가로막았다.  





김창욱 음악평론가

 

일간지와 '예술부산', '예술문화비평' 등 잡지에 평론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음악의 지평', '나는 이렇게 들었다', '청중의 발견' 등 음악비평집도 냈다.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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