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ing & Bow(음연) 2012년 4월호
※ 위의 글은 지난 2월에 열린 제7회 부산국제음악제에 대한 리뷰입니다. 헌데 이것이 4월에 와서야 비로소 실리게 되었으니, 시사성이 현저히 떨어지네요. 더구나 편집자에 의해 삭제된 내용이 적지 않으므로 원문을 다시 올립니다(밑줄은 삭제된 부분). 글발보다 오히려 사진발에 무게중심을 더 두고 있는 것 같아서 자못 씁쓰레한 마음입니다.
앙상블은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이상으로 한다. 각 악기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의 내적 결속력과 일체감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부터 줄곧 ‘명품’ 앙상블을 지향해 온 부산국제음악제가 올해로 7회를 맞았다. 그것은 앞서 여섯 차례의 음악제를 통해 그 사회적 가능성을 한껏 성취하고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매회 불안정한 수익구조에도 불구하고, 결코 짧지 않은 연륜을 쌓아올릴 수 있었던 것은 주최․주관단체의 의지와 노력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사) 부산국제음악제가 주최하고, 부산아트메니지먼트가 주관한 이번 부산국제음악제는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중심으로 열렸다.
음악제 첫날인 2일 보로메오 스트링 콰르텟, 3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명품 협주곡의 세계’, 4-5일 갈라콘서트, 7일 가족음악회 ‘거장의 실내악’, 8일 세르게이 바바얀 피아노독주회, 마지막 9일 폐막연주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그것이다. 클래식 명작 레퍼토리를 빼어난 연주력으로 재해석한 무대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였다.
더구나 무대를 꾸민 연주자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세르게이 바바얀․필립 케윈․신수정․이경숙․백혜선(이상 피아노)을 비롯, 고이치로 하라다․김남윤․백주영(이상 바이올린), 신연 황․전정훈(이상 비올라), 피터 와일리․정명화․김이선(이상 첼로) 등 국․내외 비르투오소 연주자들이 망라되었고, 피아니스트 김정권과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등 신진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부산심포니의 ‘명품 협주곡의 세계’(2/3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오충근의 지휘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KV. 190),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KV. 365) 제1악장, 바르톡의 ‘비올라 협주곡’(Sz. 120),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나단조(Op. 104) 제2악장,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합창․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의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협연 고이치로 하라다․김남윤)은 음색의 투명성과 자유로운 셈여림이,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협연 신수정․이경숙)은 부드러운 피아니즘이, 바르톡의 ‘비올라 협주곡’(협연 신연 황)은 변화무쌍한 비올라와 이를 지탱하는 오케스트라의 색채감이,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협연 피터 와일리)은 첼로의 질감과 능수능란한 테크닉이 각각 돋보였다.
이날 하이라이트였던 베토벤의 ‘피아노․합창․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은 피아니스트 김정권을 비롯, 김경희․한현미․정수임․양승엽․엄현섭․하병욱 등의 솔리스트와 뮤즈콘서트콰이어․부산대 동문연합합창단 등이 대거 협연한 대규모 무대였을 뿐 아니라, 이번 음악제를 통틀어 유일하게 인성(人聲)이 포함된 악곡이었다. 절제된 오케스트라는 좀처럼 군더더기를 남기지 않았고, 솔리스트와 웅장한 합창은 혼성합창의 색다른 매력을 과시했다. 더구나 피아니스트 김정권의 명쾌하고 명징한 텃치와 자유자재의 다이내믹 구사는 음악회의 대미(大尾)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폐막연주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9 부산문화회관 대강당)는 ‘화합과 나눔의 음악회’라는 부제에 걸맞게 중진과 신진의 상호 소통과 교감이 눈길을 끈 무대였다.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바이올린 신현수)은 세련된 테크닉에 의한 A와 B부분의 명확한 성격 대비가 뚜렷했고, 30인의 바이올린 오케스트라는 현란한 활솜씨와 일체화된 결집력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날 연주회의 본령은 무엇보다 2-3부를 관통하는 ‘브람스의 재조명’이었다. 여기에는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나장조(Op. 8), ‘피아노 5중주’ 바단조(Op. 34)가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 3중주’(이경숙․니콜라스 키첸․김이선)에서는 유장한 첼로의 부드러운 질감, 리드미컬한 피아노의 적확(的確)한 탄주(彈奏)가, ‘피아노 5중주’(백혜선․백주영․신현수․전정훈․피터 와일리)에서는 관록이 묻어나는 비올라․첼로․피아노의 바탕 위에서 청순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두드러져 보였다. 특히 피아노는 악곡 전반에 걸쳐 단 한 번도 핵심적인 역할을 놓치지 않았고, 시종 리듬과 셈여림의 유효적절한 변화를 주도했다.
한편 이번 음악제의 ‘명품 협주곡의 세계’는 바이올린 듀오와 오케스트라, 피아노 듀오와 오케스트라, 솔리스트와 합창과 오케스트라 등과 같이 흔치 않은 협주곡 양식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편성의 색채적인 앙상블을 구현해 냈다.
그러나 폐막연주회는 연주시간이 무려 160분에 이르렀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이겠다. 아울러 ‘여전히’ 기악음악에 편중된 프로그램 구성은 음악의 종(種) 다양성을 제한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문화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고 섬세한 것들 (0) | 2012.07.07 |
---|---|
민간 오케스트라 (0) | 2012.05.26 |
정정당당과 표절 (0) | 2012.04.20 |
통영국제음악제 결산 (0) | 2012.03.31 |
이런 후보에게 한 표를! (0) | 2012.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