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민간 오케스트라

浩溪 金昌旭 2012. 5. 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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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26(22)

 

 

현장과 여백: 음악

민간 오케스트라, 마흔 번의 무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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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인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41회 정기연주회를 하고 있다. 인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부산에는 10여 개의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 가운데 관립 오케스트라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민간이 운영한다. 부산심포니, 인코리안심포니, 유나이티드코리안심포니, 그리고 뉴프라임, YMCA네오필하모닉, 부산메트로폴리탄팝스, 티아이에프(T.I.F) 오케스트라 등이다. 여기에 부산관현악단, 뉴필하모닉, 아트심포니, 라메르필하모닉, 신세기 등도 활약 중이거나 명멸했다.

 

민간 오케스트라는 조직과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나 기업으로부터 물적·인적 자원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화의 세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쨍하고 해 뜰 날'이 오지 않는다.

 

인코리안심포니는 유독 그랬다. 지난 1996년 스트링스쳄버앙상블로 창단했고 10년 만에 심포니오케스트라로 틀을 바꾼 민간 오케스트라다. 그런 까닭에, 요 몇 년 새 몇몇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한 일은 악단을 위해 퍽 다행스럽다. 부산문화재단 지원으로 '소외지역 찾아가는 음악회', 부산교육청의 도움을 받는 '학교를 찾아가는 음악회',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지원하는 '우리가 만드는 오케스트라' 등이다.

 

동시에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인코리안심포니는 꾸준하게 정기연주회를 가져왔는데 최근 마흔한 번째 정기연주회를 연 것이다. 지난 20일 부산문화회관에서였다.

 

크게는 마흔 번의 무대를 넘어선 새로운 도전이라고 봐야겠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었다.

 

음악적 완성도는 대체로 높았다.

 

인코리안심포니는 이날 3곡의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과 교향곡 제8번 '미완성', 그리고 슈만의 교향곡 제1번 '봄' 등이다. 지휘자 윤상운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연주를 이끌었으며 60여 명에 이르는 오케스트라도 풍부하고 충만한 화음을 선사했다.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은 맑고 밝은 낭만적 서정성을, '미완성'의 교향곡 제8번은 성악적 선율이 두드러진 관현악의 묘미를 제공했다. 슈만의 교향곡 제1번은 약동하는 '봄'의 이미지와 작곡자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4악장 전곡을 통해 줄곧 안정감 있는 무대를 연출한 것은 인코리안심포니의 오랜 연륜과 관록 덕분이 아닌가 여겨졌다. '위풍당당 행진곡'(엘가)과 '아리랑'(최성환) 등 2곡의 앙코르곡 연주도 여유로웠다.

 

그럼에도 안타까움이 드는 것은 악단이 프로그램 기획에서 여전히 제한된 상상력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점에서다. 테마 설정, 레퍼토리 선정, 연주 시간 등과 콘셉트의 현실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연주회 테마는 '봄의 영감'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5월 말은 봄의 끝자락이며, 오히려 여름에 더 가까운 시기이다. 또한, 레퍼토리도 슈베르트나 슈만같이 낭만주의 음악에 한정해 인코리안심포니만의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실험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덧붙여, 일요일 공연인데도 연주 시간을 평일과 마찬가지로 저녁 7시 30분으로 잡은 것도 문제였다.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5시쯤으로 시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마흔 한 번째 정기연주회를 한 연륜 있는 민간 오케스트라로서 청중에 대한 서비스이자 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배려가 절실해 보인다. 



 

 

 


김창욱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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