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만나는 부산정신 2
민주시민교육원 인문학강좌
부산시민들은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개항과 식민지시기, 한국전쟁과 민주화운동의 과정을 겪으며 살아왔다. 이러한 역사적 경로를 거쳐오는 동안 토박이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이 부산에서 일정 기간 살면서 거친 숨결과 풍류를 품어내어 정신적 무늬를 남겼다.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원장 신홍철)은 인물로 만나는 부산정신 연속강좌를 통해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는 않지만’ 부산의 역사를 만들어 온 바탕인 부산정신을 추적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번에는 근현대 부산에서 정치사회문화예술 활동을 한 여덟 명의 인물을 음악가, 독립운동가, 문학가, 민족혁명가로 분류하여 각기 두 명씩을 한 강의에서 만나는 새로운 형식의 기획 강의를 연다.
우리는 이 강좌에서 위인전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인생의 곡절과 마디마디에서의 고민과 선택, 예상치 않았던 상황으로 역사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갔고, 그 격랑을 헤쳐나아간 역정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분야의 삶을 살아오면서도 때로는 같은 길로, 또 때로는 다른 길로 살아온 각 인물들을 대비시켜 부산정신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다.
강의 일정표
5월 29일 / 음악가 윤이상과 금수현 / 김창욱(동의대 교수, 음악평론)
6월 05일 / 독립운동가 안희제와 최천택 / 이귀원(대천마을학교 교장, 한국근대사)
6월 12일 / 문학가 김정한과 이주홍 / 이순욱 (부산대 교수, 문학평론)
6월 19일 / 민족혁명가 이종률과 박차정 / 김선미(부산대 교수, 한국근현대사)
구체적으로, 두 인물에서 만나는 부산정신은 무엇인지?, 왜 오늘날 우리는 이들을 '만나야' 하는지?, 두 인물은 어떤 생각과 행동(실천)이 서로 상통한지?, 두 인물은 어떤 생각과 행동(실천)으로 각기 자신의 길을 걸었는지? 등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음악가 윤이상과 금수현]
역사적 관점에서 부산의 정신이라 하면, 무엇보다 개방성과 저항의식을 들 수 있다. 윤이상과 금수현은 부산에서 약 3년 간 음악활동을 함께 해 왔으며, 이들의 다양한 활동이 부산의 정신과 어떻게 관련되고 있는지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윤이상과 금수현은 한국전쟁 시기 줄곧 부산에서 음악활동을 벌였던 작곡가들이다. 그것은 이들의 음악 속에 부산의 지적정서적 자양분이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두 사람은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개방성’이라는 부산정신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사회와의 소통이 매우 자유로웠음을 뜻한다. 창작.연주와 같은 음악활동은 물론, 폭넓은 사회활동에서 그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동 시대 부산에 살았던 두 사람은, 그러나 사회적.정치적인 면에서 서로 이질적인 성향이었다. 금수현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중앙정보부의 기관지 ‘양지’ 편집을 맡는가 하면, 당시 여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는 등의 현실 타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윤이상은 박정희 정권의 냉혹한 비판자로서 한때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휘말릴 만큼 현실 저항적인 면모가 두드러졌다.
[독립운동가 안희제와 최천택]
일제강점기 부산이 민족운동 주요 거점의 하나로 자리잡은 데에는 타 지역에서 유입된 이주 활동가와 이 지역에서 터박아 살아온 토착 활동가의 연대가 잘 이루어진 덕분이었다.
이 시기 부산 지역 민족운동의 지도자로서 비타협 민족주의운동을 상징하는 두 인물, 백산 안희제와 소정 최천택은 각각 이주 활동가와 토착 활동가를 대표하는 존재이기도 하였다.
이주 활동가인 백산 안희제가 선진적인 사상과 운동을 부산에 접목하며 전국적인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부산에 접속시켰다면, 부산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장한 민족운동을 대변하는 토박이 활동가 최천택은 부산 지역 안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결집하고 나아가 이주 활동가들과 결합하여 민족운동을 넓고 깊게 착근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선진성, 전국성, 유목성을 갖는 이주 활동가와 자생성, 토착성, 장기지속성을 갖는 토착 활동가의 연대를 통해 전개되었던 근현대 민족운동의 흐름을 이를 상징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다.
[문학가 김정한과 이주홍]
향파 이주홍과 요산 김정한은 근대 경남ㆍ부산 지역문학의 핵심 인물이다. 우리 삶의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이즈음, 문학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한 ‘발언’이자 불의와 부조리에 대한 ‘저항’으로 여겼던 이들의 삶과 문학 활동을 되짚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문학 갈래 선택과 조직 활동은 사뭇 달랐지만, 나라 잃은 시대 문학사회에 나서 진보적 문학운동의 전위에 섰다. 광복기 이후 부산 지역 문학사회의 앞자리에서 지역사랑과 문학사랑을 오롯이 실천한 문학인이자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자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뚝하다.
어느 때보다도 문학인의 소명의식과 실천이 요구되는 우리 시대에 향파와 요산을 만나는 일은 단순히 이들의 문학활동을 기리거나 재생산하는 데 있지 않고, 그들의 비판적인 문학정신을 통해 창발적인 담론의 생산과 향유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민족혁명가 이종률과 박차정]
박차정과 이종률은 근현대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혁명가이다. 두 사람 모두 소년운동과 청년운동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부문에서 전방위적인 투쟁을 전개했으며, 출신 지역에 그치지 않고 전국과 동북아시아를 무대로 일생 동안 민주민족운동에 헌신했다.
박차정은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을 거쳐 중국에서 무장투쟁 끝에 산화하였고, 이종률은 경북에서 태어나 서울과 일본을 넘나드는 활동을 전개하고 부산에서 민족혁명의 기반을 마련했다. 따라서 박차정과 이종률을 통해, 근현대의 민주민족운동이 오늘날 부산 정신의 원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좌기간 : 5월29일(화)~6월19일(화) 매주 화요일 하오 7시30분~10시
강좌장소 : 나락한알(도시철도 초량역 5번 출구 뒤 신동빌딩 4층)
수 강 료 : 5만원(개별 강의는 2만원)
수강인원 : 30명(선착순 마감)
수강신청 및 문의전화 : www.narak.kr / (051)463-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