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치다

'친일음악가' 규정

浩溪 金昌旭 2012. 5. 25. 15:37

천지일보 

2012년 05월 25일(금)

 

 

홍난파·안익태 '친일음악가' 규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홍난파, 안익태 작곡가 생전 지휘 모습, 안익태 작곡가 ‘애국가’ 자필 악보 일부분, 1937년 홍난파 작곡가의 사상전향에 관한 논문 자필본. (사진제공: 김창욱 음악평론가ㆍ자료사진)

 

 

 

 

 

친일인명사전에 기재… 찬반 논란 계속 돼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도 자주독립을 위한 항일 의사를 노래와 소설, 시 등 예술 문화 속에 담은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대한민국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수많은 동요와 가곡을 남긴 홍난파 등 근현대 음악가들에 대해 친일음악가라는 논쟁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모든 행사의 식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기 경례와 애국가 제창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계의 한 창당대회에서는 국기 경례를 하되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았다. 이들이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은 이유는 작곡가 안익태가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친일음악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을사늑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침탈ㆍ식민통치ㆍ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민족 또는 타민족에게 신체적ㆍ물리적ㆍ정신적으로 손해를 끼친 자’를 친일행위자로 규정했다. 안익태ㆍ홍난파 등은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친일행위자가 됐다.

안익태가 친일행위자로 분류된 가장 큰 근거는 1938년 ‘에텐라쿠(Etenlaku, 강천악)’라는 곡을 작곡해 세계대전 중에 일본의 문화를 유럽에 알리는 역할을 했고, 독일에서 ‘일독회(日獨會, 일본과 독일의 문화교류 모임)’에 가입, 1942년 만주국 창설 1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만주환상곡’을 작곡하고 지휘까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텐라쿠’의 작곡 시기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그는 이미 1936년 6월 독일에서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를 만났을 때 첫 작품인 ‘강천성악’에 대해 “조선 아악을 주제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에텐라쿠는 강천성악의 일본식 발음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 ‘만주환상곡’과 ‘한국환상곡(1938년 2월 초연)’이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만주환상곡이 한국환상곡의 5분의 1도 안 되는 6분짜리 소품이며, 안익태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치에 의해 연주실황이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이라는 반론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외에도 홍난파는 1938년 친일 단체인 대동민우회 회원 및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 경성지부 부원, 1940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문화위원, 1941년 조선음악협회 평의원을 지냈을 뿐 아니라, 1930년대 말 군국가요 ‘정의의 개가’ ‘공군의 노래’ ‘희망의 아침’을 창작ㆍ연주하고, 1940년 ‘지나사변(支那事變)과 음악’이라는 친일논설을 발표한 바 있다.

홍난파에 대한 칼럼을 기고한 바 있는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이러한 활동 내용을 근거로 친일행위자로 간주하는 데는 시대적 특수성과 대상인물에 대한 공과(功過)를 아울러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배 아래에 있었으며, 음악가의 개인적인 상황보다 사회적 측면이 우선시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영광의 역사이건, 오욕의 역사이건 모두 우리의 역사”라며 “내가 초ㆍ중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이들을 역사에 한점 부끄러움 없는 ‘민족음악가’로만 배웠다. 통합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을 위해서는 객관적 연구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방 이후 제도권 음악계에서는 이들의 과거 흔적을 지우려 한 일도 있다. 원로 음악평론가 박용구 선생은 ‘해방 후 방송국에 근무할 때, 레코드판에 작곡가들의 친일작품들이 적지 않았으며, 이를 파기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책을 통해 술회한 바 있다.

이들의 친일행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공(功)을 통째로 부정할 만큼 과(過)가 더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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