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치다

보여주기식 문화는 가라

浩溪 金昌旭 2012. 11. 29. 14:15

 

 

2012-11-29 오후 1:47:05 입력

 

 

“보여주기 아닌 진짜 ‘주민정책’ 필요”

사하문화예술인 문화예술 활성화 워크숍

“民과 소통하려는 官 노력도 부족” 지적 

 

 

지난 28일 오후 을숙도 낙동강문화관에서 열린 ‘낙동강 지역문화 만들기-사하문화예술인 워크숍’에서는 행정의 보여주기식 정책과 문화예술 관련단체들과의 소통노력 부족 등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환경문화연합(대표 이유상)·사하문화연대(공동대표 김무성 사하미술협회장, 김미성 사하음악협회장, 최우석 사하문화사랑방 공동대표) 공동주최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김무성 사하미술협회장, 박상규 연극연출가, 김문홍 연극평론가, 김희진 영화감독, 김창욱 음악평론가, 차재근 문화단체 숨 대표, 최우석 사하문화연대 공동대표, 박태성 부산일보 논설위원, 이정관 사하문화원 사무국장 등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관련단체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해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8일 열린 사하문화예술인 워크숍 모습.

 

 

이날 워크숍에서는 현재 감천문화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정책과 관련해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무성 사하미술협회장은 대학생들을 데려고 감천문화마을에 갔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감천문화마을에서 느끼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있는가라고 했을 때 ‘아니다’라는 답을 얻었다. 보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주민들이 느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성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감천문화마을이 실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면서 “어떤 주민들이 동물원에 갇힌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차재근 문화단체 숨 대표도 “감천문화마을은 보여주기 식이 아닌가 싶다.”고 말하면서 “색칠을 한다고 해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껍질만 채우다 보면 다시 퇴보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을 활성화하는 인력이다. 공간이 크고 작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무실 하나로 문화단체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 어떤 인력이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최우석 사하문화연대 공동대표는 행정의 지역 문화예술 관련단체와의 소통노력 부족을 꼬집었다. 최우석 대표는 “오늘 워크숍과 관련해 구청, 의회, 을숙도문화회관 등 관계기관에 공문을 발송했는데 구청 문화관광과에서 한 사람 오신 것 말고는 아무도 참석을 하지 않았다. 지역 문화예술 관련단체들의 이야기도 듣고, 함께 토론도 하는 자리가 됐으면 했는데 매우 아쉽다. 우리끼리 이야기해서는 아무리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문화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관에서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역 문화예술 관련단체의)활동이 적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움직임이 활발했다면 관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관에서도 역시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을 잘 모르고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사하구에 축제위원회나 창조도시위원회 같은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유명무실이라고 생각한다.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져 자문들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사하미술협회장은 “창조도시기획단을 구성하는 모든 분들이 공무원이다. 그분들 중 문화에 정통한 분이 계실지 의문이다. 전문성을 가진 우리에게 자문이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우석 대표는 “문화나 예술은 전시장, 갤러리에 가둬놓을 것이 아니라 주변이나 일상에서 많이 접하고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느냐 하는 ‘성과’를 보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한꺼번에 바꿀 수 없는 것이다.”고 의견을 보탰다.

 

을숙도의 활용 방안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우석 대표는 “사하구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자연환경 등에 있어서)축복을 받은 곳이다. 을숙도는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그런 축복에 비해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을숙도문화회관에 공연하러 오시는 외부 연주자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감탄을 하는데 그때마다 오히려 비애를 느낀다. 전체적인 문화적인 시각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시설을 설치하고 개발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성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이와 관련해 “을숙도의 경우 단절됐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든다. 밤이 되면 불이 다 꺼져 컴컴해 겁이 날 정도다. 접근성을 높이고 공간적 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이정관 사하문화원 사무국장은 “과거 을숙도에는 수양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조경수 농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간의 소통과 연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문홍 연극평론가는 “사하가 문화적으로 낙후된 데는 행정기관은 물론 주민들의 관심, 예술인들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뒤 “사하지역의 문화예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한데 잡지가 아닐까 싶다. 문화예술인들과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잡지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인명사전이나 현황, 지도 같은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사랑방이 어디 있는지, 어떤 예술인이 사는지 알 수가 없으니 활용을 할 수가 없지 않느냐.”고 거듭 이야기했다.

 

김창욱 음악평론가는 “일반주민들도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중요하다.”며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내놨으며, 최인호 연극협회 회장은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하문화사랑방 이지윤 씨는 진해 흑백다방을 예로 들며 관과 주민이 모두 협조하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준 사하문화사랑방 공동대표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과 함께 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유경 기자(luvkyung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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