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치다

오페라하우스, 이대로는 안된다

浩溪 金昌旭 2013. 1. 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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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1. 21 (06)

 

[부산오페라하우스 이대로는 안된다]

부산시 귀 열고 전문가·시민단체 뼈아픈 이야기부터 듣자

 

▲ 압도적인 규모의 수상무대와 6천500석의 객석을 갖춘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야외공연장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브레겐츠 페스티벌'. 지난 2001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라보엠'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독자 조정윤 씨 제공

 

 

 

 

 

 

 

 

 

 

 

 

전문가와 각계 의견을 종합하면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대안은 대략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우선 롯데의 기부금 범위 내에서 원도심권 시민들이 친숙하게 찾을 수 있는 실속 있는 복합공연장을 짓는 방안이다. 이 시설에 부산과 북항이 가진 교류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콘텐츠도 포함시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양한 무대 배치와 객석 조절이 가능한 중간 크기의 블랙박스형 복합공연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음악전문가는 부산시 문예진흥기금 확충을 제안한다. 아무리 부산시 예산을 들이지 않고 기부금만으로 짓더라도 매년 운영비로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1천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두면 안정적으로 매년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 확보되고, 기존 공공 공연장의 부족한 내실을 채우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롯데 기부금만으로 공연장 조성

市 문예진흥기금 확충 필요

 

부산시민공원 방식 포럼 구성

들러리 아닌 논의 결과 수용을

 

오페라하우스를 굳이 강행하겠다면 대규모 랜드마크라는 외형에 얽매이지 말고 작더라도 알차고, 음향과 무대, 객석 등이 완벽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공연장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페라하우스보다는 야구장이나 한류공연장 등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오페라하우스 논의에서 부산시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의견수렴 기구 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등 애초의 조성 목적을 상실한 채 고수익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한 사례를 지켜봐 온 전문가들과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공공 개발사업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산시민공원(옛 하야리아부대) 조성 과정에서 시민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하야리아포럼이 구성된 전례가 있다. 북항재개발 사업에서도 라운드테이블이 구성돼 공공성 제고를 국토해양부와 부산항만공사(BPA)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나 부산시가 이런 의견수렴기구를 만드는 데 적극적인 것은 진일보한 태도지만, 자신들의 의견을 반대하는 쪽의 전문가나 시민사회 인사도 골고루 포함시켜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와 부산시의 이런 움직임이 면피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명분을 쌓는 용도로 이런 기구를 들러리로 내세운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논의를 위한 포럼이나 라운드테이블을 만들더라도 위원 구성에 대한 불개입 원칙 준수와 논의 결과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약속과 실천을 전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서영준 팀장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방안 외에도 시민들이 얼마든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며 "방향과 대안의 한계를 미리 정해 두지 말고 근본적인 수준에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진 기자

 

 

[각계의 목소리]

시민들 직접 문화활동 동참, 체험하는 것이 중요

 

▲ 컨테이너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문화시설을 제안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부산 사상구에 들어설 문화창작공간 컨테이너시티 조감도(왼쪽)와 부산국제영화제 파빌리온. 부산 사상구청 제공·부산일보DB

    

■ 강기표 부산건축가회 부회장 

 

북항 재개발지역에 계획된 확실한 문화시설은 오페라하우스뿐이다. 원도심 재개발 측면에서 봤을 때도 문화시설이 북항에 선점해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상업시설 난립과 고층화를 견제할 수 있다. 빈약한 원도심권 문화기반시설을 보완하는 측면에서도 북항 오페라하우스는 필요하다. 반대하는 분들의 가장 큰 우려가 건립 예산이다. 두 번째는 운영 측면, 세 번째는 오페라에 대한 저변확대 문제다. 이런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부산항이 빼어난 미항은 아니지만 크루즈선이 계속 늘고 있다. 크루즈선 승객과 일본인 관광객 등 외지인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오페라하우스 영화 촬영지 등의 테마를 활용하면, 부산시민에게도 문화저변을 확대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오페라하우스 용역 결과에도 저변확대의 대안으로 음악학교를 세우자는 대안도 있었다. 오페라 제작이 서울에 편중돼 안방만 내주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전문인과 시민을 위한 음악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 이승욱 안녕광안리 대표·문화기획자

 

전략과 계획, 비용과 예산 측면에서 근거가 명확한 국립아트센터(옛 부산국립극장)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추진되는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운영에 국비 추가지원이 가능할지 부정적이다.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는 지난해 기본계획 용역에서 연간 운영비 120억 원 중 30억~35억 원의 예산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전체 운영비도 턱없이 낮춰 잡았지만 나머지 90억 원씩이나 수입 올릴 아이템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130여 년 만에 시민들에게 돌아오는 부산의 상징적 공간인 북항 재개발부지는 부산시가 사상구에 건립하고 하고 있는 컨테이너 문화시설의 최적입지가 아닐까?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야외공연장도 좋은 아이디어다. 문제는 랜드마크적 건축물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내용이며 예산에 맞는 계획을 알차게 수립하는 것이다. 롯데의 기부금만으로도 얼마든지 내실 있고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문화시설을 지을 수 있다.

 

■ 김창욱 부산음악협회 부회장

 

부산시는 도시브랜드 3개년 계획 30개 세부사업 가운데 오페라하우스를 2순위에 꼽아 놓고도 정작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선 폭넓은 논의와 연구를 거치지 않았다. 겨우 한 해 2~3편의 오페라 공연이 있는 부산에서 불과 0.1% 내외의 극소수 관객을 위해 3천억 원짜리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막대한 운영비는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으로 건립된 영화의전당이 400억 수준에서 1천624억 원 규모의 초대형 시설로 커지면서 해마다 4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됐는데 지난해엔 예상보다 훨씬 많은 70억 원 안팎의 적자가 났다고 한다. 확실한 콘텐츠도 없이 훨씬 많은 예산을 들여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식이라면 오페라하우스의 적자 폭이 이보다 더 작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그런 건물을 짓는 것보다는 지역문화예술 진흥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망한 문화예술가들이 안정적인 기반에서 예술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주기능을 갖춘 창작공간을 만드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 문화회관에 민간 전문가를 초빙해 공연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다.

 

■ 정문수 한국해양대 유럽학과 교수

 

부산 정도의 도시 규모에 오페라하우스 같은 고급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향유인구가 많지 않다. 부산엔 부족한 기반시설이 아직 많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관광객들은 물론 부산 시민들에게도 부산을 기억할 수 있는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 줘야 한다. 북항 재개발이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 항구도시 부산이 갖고 있는 개방성과 교류의 역사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구한말 일본에 의해 강제 개항한 수세적 교류가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조선통신사와 초량 왜관이 있었다. 왜관 복원 건물이나 교류역사관 등이 필요하다. 원도심 문화 창작기지로서 톡톡히 역할하고 있는 또따또가와 공공예술의 지역재생 모범사례로 꼽히는 감천문화마을 등의 단체가 협동조합 형태로 참여해 전시와 공연, 강연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오성호 메타기획컨설팅 사업본부장

 

많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대형 공연장을 짓고 있지만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공연장을 채울 내용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부산시가 고민해야 할 것도 '무엇을 위해 오페라하우스를 짓는가'여야 한다. 문화시설의 의미는 시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하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체험하게 만드는 것, 그런 움직임과 동력이 도시 전체의 창조적 기운을 증진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문화시설 운영프로그램은 3가지 정도의 요소가 필요할 것 같다. 부산 사람들의 개방적 성품을 반영해야 하고, 시민들이 친숙하게 찾아 즐길 수 있는 예술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나아가 외국 관광객들에게 내놓아도 손색없는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연도 필요하다.

 

이호진·박세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