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1. 23 (06)
[속보]
오페라하우스 시민의견수렴기구 만든다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임을 대규모로 구성하기로 했다. 사업의 행정적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실시설계 계획도 의견수렴 모임이 구성된 직후 검토하도록 했다. 또 부산지역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도 부산시의 일방적 문화행정 개선과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의견수렴 확대를 위한 '부산오페라하우스와 지역문화정책 연대회의'(가칭)를 구성했다.
부산시 이갑준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2일 본보 취재팀과 만나 다음달 초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자문단과 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폭넓은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기구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상반기 내 60~80명 대규모로 구성 실시설계 과정 초반부터 여론 반영 문화계·시민단체는 별도 '연대회의' 첫 모임
이 국장은 지금까지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에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을 수용하며, "3월 초순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포함해 새로운 의견수렴 기구가 발족되도록 하고, 올 상반기까지는 참여인원 조정 및 추가작업을 마무리 지어 60~80명 선의 의견수렴기구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22일 본사에서 준비모임을 가진 시민사회와 문화계 인사들도 대폭 참여시키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의견수렴 기구의 규모와 형태에 대해 이 국장은 크게 3개 분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개 분과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 공연장 위상에 맞는 시설이 되도록 할 방안을 찾는 '운영부문', 음향과 무대 및 외부 조형미 등을 다룰 '건축부문', 공연 문화 저변 확대 방안을 고민할 '시민부문'이다.
또 이 국장은 "실시설계 과정 초반부터 새로 구성될 의견수렴 기구가 설계와 계약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산오페라하우스 사업의 본격적 시작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날 오후 본사 10층 고메 레스토랑에서 부산지역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조직 첫 준비모임을 갖고 가칭 '부산오페라하우스와 지역문화정책 연대회의'를 구성했다. 이날 모임에는 그랜드오페라단 대표 안지환 씨와 음악평론가 김창욱(부산음악협회 부회장) 씨, 성악가 박대용·장진규·김지호 씨, 극단 시나위 박상규 대표 등 문화계 관계자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민예총, 사하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한목소리로 부산시의 일방적 문화행정을 비판하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현장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의 목소리가 행정에 반영되는 전환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은 나뉘었지만 보다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참가자를 대폭 확대해 두 번째 준비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호진·박세익 기자 jiny@busan.com '연대회의'서 오간 말 "행정 변화" 한목소리
지역 문화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모인 22일 오후 7시 부산일보사 10층 고메 레스토랑. 건립 자체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얘기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부산일보사 10층 고메 레스토랑에서 가칭 '부산오페라하우스와 지역문화정책 연대회의'를 구성해 회의를 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음악평론가 김창욱 씨와 사하문화연대 최우석 공동대표가 반대의견으로 포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민선 지자체장이 3선 임기 마지막에 주로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하더라"며 "3천억 원짜리 사진 뒷배경 만드는 일보다는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육성하는 것이 더 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선 마지막 임기 대형 프로젝트 의혹" VS "음악인 일자리 창출 멋진 공연장 필요"
그랜드오페라단 안지환 대표가 맞섰다. "오늘 모임 참여요청을 받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아닌지,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들어 보려고 왔다"고 운을 떼자, 성악가 김지호 장진규 박대용 씨가 잇달아 "열악한 지역 음악인들의 입장에서 일자리 창출과 공연기회 확대를 위해 멋진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극단 시나위 박상규 대표가 뮤지컬 '친구' 제작을 추진하다 투자유치 어려움으로 무산됐는데 최근 영화의전당이 서울 제작사와 40억 원 상당을 들여 전격 뮤지컬 '친구'를 계약했다는 사례를 들며 "부산지역 문화예술 행정에는 지역 문화예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악가 김지호 씨도 김해 예술의전당 사례를 들며 지역 예술인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지 않는 지역 공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극 연출가 주혜진 씨도 "우리 문화예술인들만큼 부산시도 오페라에 애정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안지환 대표조차 "부산시의 문화행정이 총체적 위기"라며 공감을 표했다. 이번 기회에 문화예술 행정이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반영할 수 있는 대대적인 행정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날 모임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부산지역 최대 예술단체 모임인 부산예총과 지역문화지 '안녕 광안리' 이승욱 대표 등 참여의사를 밝힌 단체와 전문가를 비롯해 추가로 전문가와 연대단체를 초청해 조만간 2차 준비모임을 갖고 오페라하우스 건립 찬반에서부터 부산시의 문화행정 전반에 대한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이호진·박세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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