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BS-TV의 '시사인 부산'팀에서 취재를 나왔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인터뷰를 위한 것이었다. 집이 후줄근하므로 시민오케스트라 사무국에서 찍었다. 여기서 나는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다음과 같이 정답을 말하였다. 오는 수요일, 그러니까 7월 24일(저녁 7:30-8:00) KBS 1TV에 나올 예정이다. 화면발이 잘 받으면, 동영상도 올릴 참이다. 2013. 7. 19 악문방에서
1. 부산오페라하우스의 활용도는 어느 정도일 것으로 생각되는가?
정답 : 오페라하우스의 핵심 콘텐츠는 ‘오페라’다. 그런데 이 오페라는 수요가 많지 않다. 보통 0.1% 정도로 본다. 주위에 한 번이라도 오페라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비해, 공급에 필요한 비용은 막대하다. 합창·오케스트라와 같은 음악뿐만 아니라, 연극·무용이 포함되는 종합예술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티켓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지 않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다가는 흉물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2.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추진에서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정답 :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 큰 문제다. 그리고 부산시는 이른바 ‘랜드마크’, 즉 하우스 짓기에만 골몰했지, 콘텐츠인 오페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수요가 많아야 한다니까 K팝도 하겠다, 전통도 해야 하지 않느냐니까 국악도 하겠다, 만사가 이런 식이다. 애당초 부산시는 오페라에 대한 철학도 없고, 비전도 없었다.
3. 부산시에서 한국공간문화건축학회를 통해 사업 타당성에 보고서를 내놓았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정답 : 몇몇 사례를 대충 끼워 맞춰서 만든 것 같았다. 눈에 띄는 것은 풍광 좋은 곳에 오페라하우스를 만들어 관광상품화 하겠다, 식음료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겠다 따위다. 부산에서 오페라를 왜 만들어야 하는지, 오페라하우스가 시민들에게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다. 더구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싱크탱크 구성이나, 여기에 실제로 투입되어야 할 예술단체, 즉 오페라단·오케스트라·합창단 등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전무하다.
4.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한 민관학 협의체에서 운영·콘텐츠 분과의 일원이신데, 민관학 협의체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나?
정답 : 협의체는 모두 3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3월 임명장을 주고 받을 때 전체로 한 번 모였고, 이후 분과별로 한 번, 해서 도합 2번 모였다. 내가 속한 운영·콘텐츠분과는 위원들의 요구로 한 번 더 모인 것이 전부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모이는 모임이 실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형식적인 것이다. 더구나 이 협의체는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다. 자문정도의 역할에 머문다. 실제 의미 있는 협의체가 되려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토론하는 모임이 되어야 하고, 여기서 결정된 사항이 현실에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5.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제대로 건립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답 : 부산시는 ‘크고 강한’ 하우스부터 먼저 지어야 한다는 긴장된 강박관념으로 해방되어야 한다. 그 속에 어떤 오페라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하는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부산시가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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