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분수(噴水)가 있다. 분수(分數)에 맞춰 10년 된 우림아파트에 산지도 벌써 4년, 오늘에야 비로소 아파트 뒷켠 담벼락에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잘 보이는 한길가에 위치해야 집값도 오르는데, 다 글렀다. 그렇지만, 감히 다대포 낙조분수에 비할까마는 솟구치는 물줄기가 의외로 대범하다. 집 떠나면 (개)고생, 마땅히 불러주는 곳도 없다. 별탈 없이 대업(大業)을 완수했으니, 당분간 예서 망중한이나 즐겨 볼꺼나? 2013. 8. 26 악문방주
포토 바이 들풀처럼. 몇 마리 주홍빛 물고기도 노닌다.
포토 바이 들풀처럼. 분수 앞에서 포즈를 취한 내 이뿐이(와~ 이뿌다!).
너는 언제나 한순간에 전부를 산다.
그리고 또
일시에 전부가 부서져버린다.
부서짐이 곧 삶의 전부인
너의 모순의 물보라
그 속엔 하늘을 건너는 다리
무지개가 서 있다.
그러나 너는 꿈에 취하지 않는다.
열띠지도 않는다.
서늘하게 깨어 있는
천개 만개의 눈빛을 반짝이면서
다만 허무를 꽃피우는 분수.
냉담한 정열!
이형기(李炯基 1933-2005), '분수', 『그 해 겨울의 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