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부지와 엄마는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다. 3남이나 낳은 엄마는, 그 이유만으로 당당했다. 후대에 이르러 나와 이뿐이는 3녀를 낳았다. 3녀나 낳은 이뿐이는 한동안 눈물을 찍어내야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세상이 바뀌었다. "딸 둘이면 금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은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생길 정도였으니! 실로 산전벽해에 천지개벽이 아닐 수 없다.
남아선호 관념은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러한 풍경을 담은 드라마가 MBC의 '아들과 딸'이다. 토·일요일 저녁 8시에 방송된 그것은 총 64부작(1992. 10. 03-1993. 5. 9)으로 구성되었다. 쌍둥이 남매인 귀남이(최수종 분)와 후남이(김희애 분)가 그 주인공. 온실 속에서 길러진 귀남이는 나중에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지만, 엄마(정혜선 분)의 차별과 냉혹함을 어렵사리 극복한 후남이는 국어교사에 소설가로 성장했다. 시집도 잘 갔지 아마?
주제곡은 최경식이 썼다. 바이올린 선율이 퍽이나 매혹적이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를 비롯해서 웬만한 드라마음악은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는 계명대학교 음악대학 출신. 그가 다녔던 학교에 나는 1년 쯤 강의를 나간 적이 있다. 그러나 남는 것이 없어 그만 두었다. 2014. 4. 4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