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이뿐이와 손맞잡고 영화를 보러갔다. 자갈치에서 고등어 정식을 잡숫고 나서. 꺼~억! 이런 낭만도 참 오랜만이다. 부산극장 앞에 서서 '명량'을 볼까, '군도'를 볼까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명량'으로 낙착되었다. 1천만 관객 운운에 휩쓸려서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스케일이 컸다. 음악도 장중했다. 무시무시한 명량 앞바다가 한여름 무더위를 앗아가는데도 일조했다.
대장선에 올라탄 이순신이 가열차게 명령을 내릴 무렵이었다. 조총을 쏘아대던 적군이 아군의 화살에 눈이 맞아 절규할 즈음이었다. 클라이막스로 마악 솟구쳐 오르던 시점이었다. 갑자기 스피커에서 용장하게 울리던 모든 소리가 일순 멈추었다. 음향이 없는 화면은 우스꽝스러웠다. 10여 분이나 소리 없이 장면만 연출되었다. 객석 여기저기서 술렁거렸다. 이윽고 담당자가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다. 기기 고장으로 더 이상 상영이 어려우므로 환불해 주겠다는 거였다. 객석이 다시 술렁거렸다. 환불은 물론, 관객 1인당 2매씩을 더 주겠단다. 우리는 둘이니까 모두 4매다.
때때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혈세로 먹고 사는 자들이 잘못할 때는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 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해서는 안된다. 환불한 돈으로 우리는 '명량'을 다시 끊었다. 복습하는 양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보았다. 다음 주는 새끼들을 거느리고 '군도'를 보러 가야겠다. 의기양양하게, 보무당당하게! 2014. 8. 4 들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