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 강준혁 선생께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오는 인연보다 가는 인연이 갈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다. 한 번 오면, 한 번은 꼭 떠나기 마련이지만, 아는 사람이 세상에 부재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시리게 한다. 나는 생전에 그를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동아대 교수회관에서, 또 한 번은 통영문화예술회관에서였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그가 그렇게 큰 기획자였다는 사실을. 그가 쓴 '기획자의 길'(아래)이라는 아포리즘을 읽은 오늘에야 겨우 그를 알았다. 무엇보다 "예술을 훼손시키고, 예술가를 소모시키는 일이 되지 않게 하라"는 말씀이 새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2014. 8. 18 들풀처럼.
기획자의 길
· 예술을 사랑하라. 그리고 예술가를 존중하고 아껴라.
· 자신의 기획이 예술을 훼손시키고 예술가를 소모시키는 일이 되지 않게 하라.
· 기획하고자 하는 일을 완벽히 이해하고 가치를 인식하라. 모든 손실은 분명하지 않은 의도에서 비롯된다.
· 기획함에 있어 사회와 나라, 그리고 세계에 이익이 되게 하라. 이를 버릴 때부터 길은 비뚤어지게 마련이다.
· 기획함으로 이름을 빛내려 하지 마라. 진정한 명예란 결코 쫓는 사람에게는 붙들리지 않는다.
· 자신의 발전을 항상 꾀하라. 그러나 지식에 빠지지는 마라. 지식이 부족하면 보충하되 과잉하거든 신중하라.
· 앞서가는 예술가를 가까이 하라. 그러나 무모한 예술가는 멀리 하라. 앞서감과 무모함이 백지 한 장 차이임을 항시 기억하라.
· 대중과 목마름을 같이 하라. 대중의 취향을 탓함은 대체로 질적인 면에서의 결함이나 홍보의 실패를 감추려는 짓이다.
· 과정을 완벽하게 하라. 실제가 완벽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 남이 할 일을 자기가 하려 하지 마라.
· 매스 미디어를 매수하려 하지 마라. 그보다 항상 매스컴을 돕는 마음을 가져라.
· 비평가에게 아부하거나 또는 그들을 매수하려 하지 마라. 이에 넘어가는 비평가의 글은 결코 참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