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浩溪 金昌旭 2015. 1. 22. 18:51

 

변훈(邊焄 1926-2000)은 홍난파·현제명으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한국가곡의 음악어법을 극복한 작곡가다. 그는 사랑·고향·자연을 주제로 한 노랫말, 주요 3화음에 기초한 서양식 화성체계, 장절(章節) 형식에 의한 선율의 서정성과 같은, 이른바 '정다운 가곡'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그는 익살스런 자유시를 노랫말로 선택한 점, 부가화음으로 3화음의 정형성을 탈피하려 한 점, 2박자에 셋잇단음표를 즐겨 씀으로써 리듬변화를 꾀한 점, 일관작곡(一貫作曲) 형식에 파를란테(parlante·말하듯이 노래하는 기법)와 포르타멘토(portamento·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옮겨 갈 때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기법)를 활용함으로써 음악의 사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김광림의 시에 음악을 붙인 '쥐'(1982)는 예술지상주의, 혹은 순수음악주의가 여전히 지배하는 오늘날, 음악으로써 타락한 정치현실을 풍자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까지 /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 이러다간,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 하나님, 정말입니다. 정말입니다!" 2015. 1. 22 들풀처럼.  


'쥐'를 맛깔스럽게 노래하는 베이스 전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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