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목(金鍾穆) 시인은 여지껏 단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는 분이다. 그런데 오늘 『무위능력』(산지니, 2016)이라는 자작시조집 한 권을 보내주셨다. 한참 후에야 나는 그 분이 "모든 것이 죽어 있다 / 하늘은 파랗게 질린 전율에 떨고 있다"로 시작되는 「겨울바다」(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1982)의 시인이요, 나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오늘, 이곳'의 시인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위'(無爲)란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는, 자연성을 중시하는 태도다. 무릇 유가의 지향점이 유위(有爲)라면, 무위란 마땅히 도가적(道家的)이라 할 만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 "남이 보면 빌어먹을 짓"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것이 "도 닦는 일과 진배 없는일"이요, "아무 것도 안하는 걸 / 하고 있는 즐거움"(至樂)을 나도 쉰 세대에 이르러서야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중이다. 2016. 8. 13 들풀처럼
스캔 바이 들풀처럼. 시조집 『무위능력』의 표지.
스캔 바이 들풀처럼. 시조집 속지에 씌어진 시인의 육필. 내 이름이 선명하다. 실로 감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