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순이가 상장을 받아왔다. 자기주도학습 우수상이다. 아마도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아이에게 주는 상인가 보다. 그런데 여전히 달랑 상장 한 잎. 상금이나 상품권 같은 것은 애시당초 글렀다. 아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다봄, 따봉~! 2017. 7. 21 들풀처럼.
※ 각주 : 따봉(Tá bom)이란, 포르투갈어로 '좋다'는 의미임.
상장을 받아들면, 언제나 80년대 기형도의 시가 생각난다.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중략>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위험한 가계」, 『잎 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 2009), 87-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