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

다시 읽기: 採鑛記

浩溪 金昌旭 2018. 1. 16. 15:11


오정환(1947-2018)


우리가 닿아야만 할

확신의 나라

가장 빛나는 마을어귀까지

나의 貨車는 달리고 있다.

아직도 분별되지 않는

형상들의 정수

떨어져 쌓이는 좌절을 실어나르며

혼미의 동굴, 숨죽여 누운 어둠의

깊은 강을 건너

나의 불면의 貨車는 달리고 있다.

잠들어버린 세상의 곤혹도

먼지 묻은 온갖 생애마저도

뜨겁게 아프게 쏟아내면서, 나는

외줄기 불빛이 밝히는

마태복음 십삼 장 십삼 절

이사야의 예언의

하얀 소금이 되어 서늘하게 살아 있다.

밤마다,

밤마다 동결된 言語의 흙더미를 찍어내는

나의 야망의 삽날

은밀한 집중

캄캄한 어둠, 우리들의 가난 속으로

홀연히 하늘은 밝아 올 것인가.

선혈처럼 뜨거운 金脈

끝없이 이어진

성스러운 새벽의 나라

가장 빛나는 마을어귀까지

나의 녹슨 貨車는 달리고 있다.


- 오정환, 採鑛記(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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