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둘째 여식 따봉이*의 졸업식이 열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애비의 자격으로 친히 졸업식장을 찾았다. 학교는 고지대에 위치했고, 능히 108개를 넘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야 비로소 1층 교무실이 보인다. 거기서 다시 엘리베이트 없이 5층이나 더 올라야 겨우 졸업식장이 나온다. 어렵사리 등정(登頂)을 하고 나니, 외려 가슴이 훈훈하다.
맏딸 다슬이 졸업 때도 그러했듯 달랑 졸업장 한 조각이 전부다. 남들은 6년 개근상이나 우수상, 하다못해 아차상 같은 것도 받던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남달리 받은 상이 없었으므로 상장이나 상품, 혹은 상금이 있을리 없다. '빛나는 졸업장'이 유난히 빛났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우리네 삶이란 것도 결국 한 조각 구름이 아니던가? 아무렴, 나쁜 짓 안하고 몸 성히 살면 잘 사는 거다. 다봄, 따봉~! 짜장면 곱배기를 사줬다. 이제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머잖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대학도 졸업하게 되겠지. 우물쭈물하다 어느새 인생을 졸업해야 할 때도 성큼 다가서겠지.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2018. 2. 12 들풀처럼.
* 각주1 : '따봉'(Tá bom)이란, 포르투갈 말로 '아주 좋다'는 뜻임.
포토 바이 들풀처럼. 교실에서. 미소가 해맑다.
포토 바이 들풀처럼. 교문 앞에서. 여전히 미소가 해맑다.
스캔 바이 들풀처럼. 빛나는 졸업장, 혹은 한 조각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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