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한 번 피를 뽑았다. 손꼽아 헤어보니 지난 2월에 이어, 꼭 5개월 만이다. 그때처럼 불과 10분 만에 400㎖의 순혈(純血)이 순식간에 내 몸을 빠져 나갔다. 문명이란, 실로 경이롭고 경탄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단코 CGV 영화관람권이나 스프라이트, 혹은 불고기 햄버그 교환권과 같은 것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인류를 구원하려는 마음의 발로였다.
헌혈은 만 69세까지 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 씩 한다고 할 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불과 10여 회를 넘지 못한다. 인류 구원의 기회가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헌혈은 약간의 어지럼증, 온몸의 노곤함 등과 같이 다소간의 후유증을 수반한다. 그러고 보면, 인류 구원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로보트 태권브이나 독수리 5형제에게 뒷일을 맡겨야겠다. 2020. 7. 24 들풀처럼
※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