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오페라하우스 운영 문제

浩溪 金昌旭 2022. 8. 25. 08:40

부산일보 2022. 8. 25 (21)

 

부산의 랜드마크이자 문화관광 거점시설로 건립되는 부산오페라하우스. 지난 2008년 롯데그룹과의 건립기부 약정서 체결 이후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부산시 수장이 네 차례나 바뀌었고, 그때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찬반여론 또한 들끓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페라하우스 건립공사가 현재 36.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4년 3월 준공, 2024년 10월 쯤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총 건립비는 3,050억 원(롯데그룹 1000억 원, 시비 1550억 원, BPA 500억 원), 운영비는 최소 연 15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값의 인상으로 추가 건립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부산시의 지원금 규모가 90억 원에 불과한 까닭에, 부족분 60억 원의 운영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하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오페라하우스의 운영주체 문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즉 부산시가 문화체육관광국 내에 ‘문화시설개관준비과’(3개팀 13명)를 신설하고, 오페라하우스의 시 사업소 직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문화계는 즉각 반발했다. 부산시가 예산·인력 확보 등의 과제도 미처 풀지 못한 상태에서 극장 운영 경험이 없는 공무원 조직에 오페라하우스의 개관과 운영을 맡기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전문성·독립성이 요구되는 문화예술에 더더욱 걸맞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늘날 공공 공연장의 운영체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직접관리방식과 혼합관리방식, 그리고 간접관리방식이 그것이다(백선혜, 서울시 공공 공연장의 운영 실태와 개선방안, 2011).

 

첫째, 직접관리방식은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직영형태를 말한다. 이것은 일반행정조직(국·과, 사업소 등)에 의해서 운영되고 행정관리 책임자와 직원도 대부분 공무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안정적인 운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예술경영적 관점에서 전문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낮은 기획력, 잦은 순환보직으로 장기적·지속적인 경영노하우의 축적이 어렵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의 본질인 창의력·창발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둘째, 혼합관리방식은 민영화에 앞서 행정조직이 행하는 방식으로 책임운영기관 제도가 대표적이다. 소속직원들이 모두 공무원 신분이고, 최고책임자만 일정기간(보통 3년 임기) 동안 계약에 의해서 해당기관의 책임을 맡는 형태다. 즉 이것은 직접관리방식에서 간접관리방식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볼 수 있다.

 

셋째, 부산문화회관과 같이 비영리 독립법인을 통한 간접관리방식은 공연 전문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책임경영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곧 행정조직이 문화서비스를 독점하기보다 자금·인력·기술 등에서 행정조직과 민간부문의 상호 협력을 통해 더 큰 효율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더욱이 개인 및 기업의 후원금을 조성할 수 있으며, 문화예술의 특수성을 살린 사업에 대한 예산집행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전 세계의 보편화된 공공 공연장 관리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문화예술의 전문성·독립성·책임성·창의성을 획득할 수 있지만, 대형 문화시설의 운영·관리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과 재정확보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요컨대 공공 공연장의 운영체계가 당초 직접관리방식에서 혼합관리방식으로, 혼합관리방식에서 간접관리방식으로 그 흐름이 변화되었고, 간접관리방식이 오늘날 가장 이상적인 운영체계로 정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 문화비전을 위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되려면, 운영 효율화는 물론 전문인력 확보, 전문 기획·연출가에 의한 콘텐츠 프로그램 개발 등 중장기 계획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전문성·독립성·창의성을 드높일 수 있는 운영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오페라가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연극과 무용이 포괄되는 종합예술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우스’가 아니라, ‘오페라’를 위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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