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 작곡의 '옛사랑을 위한 트럼펫'(2004)
영화 '꽃피는 봄이오면'의 주제곡
겨울은 언제나 멀고 길다.
늘 빈몸으로 자리를 지키고 섰는 나무는
온몸에 진눈깨비를 맞으면서도 봄을 기다린다.
겨울은 길기만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던 미래는 어둡기만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쳐 연희도 떠나 보내야만 했다. 트럼펫 연주자 현우에게 인생은 언제나 겨울일 것만 같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강원도 도계중학교 관악부 임시교사로 부임하게 된 현우. 낡은 악기, 찢어진 악보, 색바랜 트로피와 상장들이 초라한 관악부는 올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강제 해산 당해야만 하고, 현우는 우승을 장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싹트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현우는 외면할 수 없었다.
영화 '꽃피는 봄이오면'은 상처를 지닌 트럼펫 연주자가 탄광촌 관악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삶의 희망을 되찾는 감동적인 이야기. 가을비 내리는 어느 날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이 영화는 사람이, 사랑이, 계절이 변하듯 모든 것이 변해가는 그 과정 속에서 상처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여전히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주인공 현우와 그런 현우를 묵묵히 바라보는 옛 연인 연희, 오래된 친구이자 애인 같은 홀어머니, 중요한 것은 음악을 연주하는 장소가 아니라 음악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친구 경수, 그리고 도계에서 만난 수연과 가난하지만 천진한 관악부 아이들까지.
영화는 현우를 비롯한 주변인물들의 관계를 밀도 있게 그리며, 서로의 관계 속에서 소통하고 화해해 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이야기 안에 스며있는 푸근한 웃음과 감동의 온기는 지난 겨우내 상처 입은 우리네 메마른 정서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위안의 손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