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란(崔貞蘭) 시인께서 근작시집 '독거소녀 삐삐'(상상인, 2022)를 보내주셨다. 시집에는 총 4부에 걸쳐 6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표제였다. '독거노인'이 아닌 '독거소녀'에다 '삐삐'도 '말괄량이'가 아닌 까닭이다. 의도가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그러나 밤늦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오민석 평론가의 해설을 훔쳐 보기로 했다. 과연! 평론가의 해석은 남달랐다. 그는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이 시집엔 깔깔대며 세계의 지붕에서 미끄럼 치는 명랑, 발랄한 소녀들의 언어가 있고, 그것들의 배후에서 사선(射線)으로 내리는 비처럼 우울한 슬픔의 언어가 있다. 이 두 개의 언어는 별개가 아..